설악산곰의하루
대추 한 알 인고(忍苦)의 세월 본문
대추 한 알
장석주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 안에 번개 몇 개가 들어 있어서
붉게 익히는 것일 게다
저게 혼자서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이 들어서서
둥글게 만드는 것일 게다
대추야
너는 세상과 통하였구나
가을이 되면 떠오르는 시 중 하나인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 장석주 시인의 이 '대추 한 알'이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그림책으로 출판되어 참 반갑다. 이 시를 읽기 전까지 나는 대추를 보며 무슨 생각을 더 했을까? 크게 잘 익었다. 맛있으려나....?
다른 과일에 비해 관심받지 못하는 조그마한 대추 한 알을 보며 시인은 그 안에 담겨있는 생각들을 꺼내어 이야기 한다. 대추가 이리 크게 잘 익었다면 무슨 이유일까? 대추가 저리 붉게 맛있게 익었다면 무슨 연유가 있었을까? 색은 어찌 저리도 붉어졌을까? 어리 저리도 큼직하게 둥글고 매끈하게 자랐을까?
시인은 그 이유를 그동안 나무가 크고 자라 열매를 맺어 엉글기까지 지내온 시간, 태풍, 천둥, 벼락, 번개 그리고 무서리, 땡볕, 초승달이 뜨고 지는 세월을 지내고 견뎌온 것이 그 이유라 이야기 한다. 그렇게 말하고 보니 마치 작은 대추 한 알에서 조차 우리의 삶이 오롯이 담겨있는 듯 기특하고 어여뻐 보이고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긴 세월을 살아내오신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며 불현듯 '대추 한 알'이 다시 떠오른다. 지내온 세월 속에서 추위와 더위, 기쁨과 외로움을 견디고 이겨내온 우리 어르신들의 모습도 그러하지 않을까? 이리저리 동동걸음 바쁘게 뛰며 살아온 사이 굽어진 허리와 아픈 무릎, 차곡차곡 쌓여온 주름살 느는 동안 얼마나 무섭고 힘든 세월을 살아왔는지 아느냐? 천둥같고 벼락같던 때가 없었던 듯 싶으냐?
시인은 대추가 붉어지고 둥글둥글 매끈하게 영글기까지 어떠한 세월을 지내왔을지 생각하며 마지막 결실의 순간, ‘세상과 통’하였다고 한다. 세상 속 세월을 지내면 세월과 통하지 않고는 결코저리 붉게, 둥글게 익을리 없다고... 지나온 시간 속애서 한 겹 한 겹 쌓여 지금의 나의 모습, 우리의 모습이 되어온 것과 같이 말이다. 시간을 되돌아보며 그 시간과 그 안에서 함께 해 온 모든 이들을 떠올리며 감사함을 느끼게 하는 시이다. (출처,시 대추 한 알/ 정석주. 작성자 바람꽃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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