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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곰의하루

이준식의 한시(漢詩)한수 ‘최고의 애도사(哀悼辭)’ 본문

좋은시

이준식의 한시(漢詩)한수 ‘최고의 애도사(哀悼辭)’

설악산곰 2024. 4. 17. 03:48

   백거이를 애도하다  (조백거이·弔白居易)                                  당(唐)선종(宣宗·810∼859)

철옥연주60년(綴玉聯珠六十年) 수교명로작시선(誰敎冥路作詩仙)  부운불계명거이(浮雲不繫名居易) 조화무위자락천(造化無爲字樂天)  동자해음장한곡(童子解吟長恨曲) 호아능창비파편(胡兒能唱琵琶篇)  문장이만행인이(文章已滿行人耳) 일도사경일창연(一度思卿一愴然)

주옥같은 시문을 지어온 60년, 누가 그댈 죽음의 길로 몰아 시선(詩仙)이 되게 했나. 떠도는 구름처럼 얽매이지 않았기에 이름은 거이(居易), 무위자연의 삶을 좇았기에 자(字)가 낙천(樂天). 어린애조차 그대의 ‘장한가(長恨歌)’를 읊어대고, 오랑캐도 ‘비파행(琵琶行)’을 부를 줄 알았지. 길을 가면 누구든 듣게 되는 그대의 문장, 그대 생각할 때마다 너무나 비통하다오.

한 시인이 죽어서 ‘시선’이 되었으리라 평가한 건 고인에 대한 최고의 애도사(哀悼辭)이리라. 원래 이 칭호는 이백의 탁월한 시재를 상징하는 대명사로만 쓰였는데 말이다. 하물며 그 애도의 주체가 황제의 신분인 바엔. 백거이가 사망한 지 얼마 후 즉위한 선종이 고인의 문학적 성과와 삶의 궤적에 대해 보낸 찬사는 실로 구체적이다.

우선 60년 창작의 성과를 ‘주옥같다’는 한마디로 요약했다. 그중 대표작은 어린애나 이방인까지도 입에 올릴 수 있을 만큼 친숙하고, 누구든 길을 걷다 보면 접할 수 있는 게 또 고인의 작품이라고 찬탄했다. 뿐이랴. 이 시에서는 무위자연의 도가적 삶을 지향하면서 세속의 명리에 초연했던 고인의 낙천적 성품까지 아우르고 있으니 최상의 예우를 갖춘 추념(追念)의 시로 손색이 없겠다.

시인에 대한 당 황제의 예우가 각별했던 사례는 부지기수. 여황제 무측천(武則天)은 신하들과의 나들이에서 황포(黃袍·곤룡포)를 상으로 내걸고 시재를 겨루게 했고, 현종(玄宗)은 이백의 시재에 반하여 즉석에서 관리로 발탁했다. 헌종(憲宗)은 백거이 시의 현실성을 높이 사 외직에 있던 그를 조정으로 불러들이기까지 했다.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

마음의 발견, 마음은 생의 원천이요 고향이다. 영원에서 영원까지 향수에 젖은 삶을 사는 중생은 마음을 상실한 탓이다. 우리는 먼저 내가 내 마음을 부릴 수 없는 인간은 인간이 아님을 절실하게 느끼게 되어야 인간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내 마음을 내가 발견하여 쓰는 것이 인간이다. (김일엽의 ‘행복과 불행의 갈피에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