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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곰의하루

어느 사찰에 자주 오는 두 여인이 있었다. 스님이 살펴보니 한 여인은 첫 결혼 실패로 홀로 괴로워 하다가 재혼하였는데, 스스로 큰 잘못을 하였다고 생각하며 늘 참회(懺悔)하는 마음으로 겸손하게 살고, 다른 한 여인은 평생을 살아오면서 지은 죄가 없다고 당당하며 교만스럽게 행동한다. 하루는 주지 스님이 두 여인을 불러 좋은 법문을 하려 한다며 세숫대야 두 개를 앞에 놓고 겸손한 여인에게는 큰 돌 하나를 담아오라, 하고, 교만한 여인에게는 작은 돌을 가득 담아 오라고 했다. 얼마 후 여인들이 무거운 돌을 힘겹게 가져왔는데 스님은 수고하셨다고 하며 이제 제 자리에 갖다 놓고 오라고 하신다. 큰 돌을 가져온 여인은 곧바로 제 자리에 갖다 놓고 왔는데, 작은 돌을 가져온 여인은 제 자라를 찾지 못하고 그대로 가져..

우리 인간이란 본래 어디에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 것인지? 또 무엇 때문에 사는 것이며 그저 막연히 생겨났으니 살 때까지는 죽지 못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고달픈 삶에 쫓기다 보면 이런 문제들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살아가고 있는 것이 우리의 각박한 현실 생활이 아닐까? 그러나 우리는 이런 문제들을 생각하기 이전에 벌써 살고 있는 것이며 그러하여서 여기서 나는 잘 사는 문제를 가지고 말하려 한다.농사짓는 사람이나 장사하는 사람이나 고기 잡는 사람이나 공장 직공 정치인 학자 종교인 심지어는 석가 공자 예수에 물어볼지라도 잘 살려는 마음 즉 이 한 생각만은 똑같이 가지고 있으리라 이 글을 쓰는 나도 그렇고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그러할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사는 것을 잘 산다고 할 수 있는가? 인간이 누구..

통도사 경봉(鏡峰·1892~1982) 스님은 당대 최고의 고승이자 도인이면서 ‘쉬운 법문’으로도 이름이 높았다고 합니다. 요즘으로 치면 ‘팔로워 수십만~수백만’에 이르는 인플루언서 혹은 명강사가 아니었을까 싶네요. 스님은 노년에도 매월 한 번씩 직접 법문에 나섰는데, 그 당시에 1000명씩 모였다고 하지요. 극락암은 뒤로 영축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어 경치가 빼어나지요. 그렇지만 1000명씩 앉을 자리는 그때나 지금이나 없습니다. 불자들은 마당에도, 돌에도 앉거나 서서 스님의 법문을 들었답니다. 그 ‘인기의 비결’을 느낄 수 있는 책이 나왔습니다. ‘사바를 무대 삼아 멋있게 살아라’(효림출판사)입니다.고교생 때 경봉 스님을 처음 만나 유발(有髮) 상좌로 모셨던 김현준 불교신행연구원장이 스님의 법문 중 생..

뒤바뀐 헛된 생각으로부터 멀리 떠나라(遠離顚倒夢想,원리전도몽상) 한창이던 벚꽃의 유영(遊泳)이 안간힘을 쏟아내며 막바지에 이를 무렵, 아쉬움을 달래주기라도 하듯 어느 신도께서 야생화에 시를 곁들인 책 한 권 선물로 갖다 주셨다. 아련한 기억을 품은 라일락 닮은 수수꽃다리 표지가 맘에 쏙 들었다. 자연에는 참 많은 꽃과 나무가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해주는 책이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늘 잊고 지낸다. 자연이 내어주는 것들에 기대어 일생을 살다가 감사함을 잊은 채 생을 마감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도시에 살건 시골에 살건 관계없이 인간은 대체로 받기만 하다가 훌쩍 떠나는 삶을 사는 것 같다.오래전에 일본 동북지역을 여행한 적이 있다. 그곳 숲속을 정처 없이 거닐면서 나무가 뿜어내는 천연의 피톤치드 향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