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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곰의하루

샤갈, 아렌트, 메링은 어떻게 나치에서 벗어날수있었는가? 본문

시사

샤갈, 아렌트, 메링은 어떻게 나치에서 벗어날수있었는가?

설악산곰 2023. 5. 8. 03:24

샤갈, 아렌트, 메링은 어떻게 나치에서 벗어날수있었는가? 화가 마르크 샤갈(1887~1985)과 철학자 해나 아렌트(1906~1975), 극작가 발터 메링(1896~1981)은 공통점이 여럿이다. 유대인이고, 나치 독일의 핍박을 피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이들은 ‘도피 동기’이기도 하다. 프랑스 항구도시 마르세유에 머물며 미국 비자 발급을 애타게 기다렸고, 비슷한 시기 나치 손아귀를 벗어났다. 도피를 도운 이들이 같다는 공통분모가 있기도 하다. 이들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들은 어떤 과정을 통해 목숨을 잃지 않고 활동을 계속 이어갈 수 있었던 걸까.

1940년 유럽 유대인들이 대거 마르세유에 모인다. 유럽을 장악한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가기 위해서다. 프랑스 남부라고 안전하지는 않다. 곧 나치 통제에 들어서게 된다. 이곳에선 미국인이 조직한 긴급구조위원회가 활동하고 있다. 유대인들 비자 발급을 알선하고 이들이 미국으로 안전하게 입국할 수 있도록 돕는다.

긴급구조위원회 핵심인물은 배리언 프라이(1907~1967ㆍ코리 마이클 스미스)와 메리 제인 골드(1909~1997ㆍ질리언 제이컵스)다. 프라이는 실무 책임자고, 골드는 재정 후원자다. 두 사람의 활동은 헌신적이다. 특히 예술가들 구출을 위해 각별히 신경을 쓴다. 하지만 여건은 이들 편이 아니다. 나치에 호의적인 미국 영사는 프랑스 경찰과 협조해 프라이와 골드를 압박한다. 골드의 아버지는 송금을 끊기까지 한다. 항구가 봉쇄되며 뱃길이 막힌다.

프라이와 골드가 도우려는 유명 유대인 명단에는 샤갈과 아렌트, 메링을 비롯해 철학자 발터 벤야민(1892~1940), 미술가 막스 에른스트(1891~1976), 마르셀 뒤샹(1887~1968) 등도 있다. 미국 유명 컬렉터 페기 구겐하임(1898~1979)이 프라이와 골드를 측면 지원한다. 훗날 유명 경제학자가 되는 앨버트 허시먼(1915~2012ㆍ루카스 엥글란데르) 역시 큰 힘을 보탠다. 드라마는 실존인물들의 면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롭다.

드라마는 프라이와 골드, 유대인들이 처한 곤경과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밀도 있게 묘사한다. 이들은 영국 첩보원과 협력해 대범한 일을 저지르거나 새로운 탈출 경로를 알아보는 등 인명을 구하기 위해 갖은 애를 쓴다. 어려운 시기라고 하나 사랑이 있고, 우정이 따른다. 내일이 어찌 될지 모르는 유명인들은 은신처에 모여 자신의 방식대로 오늘을 살아간다. 자신의 그림을 두고 갈 수 없어 미국행을 미루거나(샤갈) 생일 파티를 전위적 무대처럼 꾸리며 예술혼을 발산한다(에른스트).

드라마를 관통하는 주제는 희생이다. 프라이도 골드도 허시먼도 그 외 다른 인물들도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기꺼이 던진다. 그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현대라는 미래가 있었다. (출처, 한국일보 주말의 Ott. 넷플리스 드라마 ‘대서양을 건너온 사람들’) 영화 ‘쉰들러리스트 생각나는 주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