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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곰의하루

잃어버린 기본(基本)에 대하여..... 본문

시사

잃어버린 기본(基本)에 대하여.....

설악산곰 2023. 5. 20. 08:48

과거엔 우리 곁에 있었으나 지금은 사라져버린 것과 다시 만나면 반갑다. 때론 뭉클하기도 하다. 그런 것 가운데 하나가 ‘기본(基本)’이다. 모든 ‘기본’에는 공통된 요소가 있다. ‘단순(simple)하다’는 것이다. (모든 언행에는 양심, 도덕, 질서, 예의, 상식이 있는 것이다. 아편쟁이. 전과자, 조폭, 거짓말쟁이 들의 세상이 되어서는 아니된다)

폴 볼커는 1979년에서 1987년까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지낸 사람이다. 미국은 지난 2년 물가가 무섭게 치솟자 금리(金利)를 여러 차례 큰 폭으로 올렸다. 그때마다 한국 경제가 흔들흔들했다. 그 뉴스에는 늘 볼커의 이름이 등장했다. 그가 FRB 의장에 취임한 1970년대 말 물가상승률이 13%에 달했다. 볼커는 대통령·의회 압력과 대형 금융회사들 로비를 물리치고 꿋꿋하게 반(反)인플레이션 정책을 밀고나가 물가를 3%대로 잡았다.

볼커의 어린 시절 이야기다. 가족과 소풍 간 호숫가에는 멋진 저택들이 늘어섰고 수상스키가 호수를 가로지르며 내달리고 있었다. 부러운 눈길로 볼커는 “엄마, 우리는 왜 저런 게 없지”라고 했다. 어머니 대답은 짧고 분명했다. “저 사람들은 집을 은행에 잡히고 돈을 빌린 거야. 우리는 은행 돈을 빌리지 않는단다.” 볼커는 아흔한 살에 자서전을 쓰면서 “평생 어머니의 이 말씀을 가슴에 품고 살았다”고 했다. ‘공직자에게 주어지는 노벨상이 있다면 가장 먼저 받아야 할 사람’이란 평가를 받으며 미국 경제의 고삐를 쥐었던 볼커의 경제 ‘기본’은 이렇게 ‘단순했다’.

우리는 청년들이 영혼을 끌어모아 주식·부동산에 올 인(all in)하는 나라에 산다. 5200만 한국인 해외여행 횟수(回數)는 1억2000만 일본인 해외여행 횟수와 맞먹는다. 가계 부채를 폭탄처럼 목에 달고 사는 데도 익숙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5월 16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국가 채무 비율이 국내총생산(GDP)의 40%를 넘어서면 안 된다는 ‘과학적 근거’가 무엇이냐’ 묻고 ‘(빚을 내서라도) 추가 재정을 투입하라’고 훈시(訓示)했다.

2011년 독일 집권당 원내대표가 ‘요즘 유럽 전체가 ‘독일어’를 쓰기 시작했다’고 해서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그가 말한 ‘독일어’는 경제 안정을 달성하려면 ‘재정 적자를 없애고 세금을 올리고 공공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독일식 기본’을 가리켰다. 당시 남(南)지중해 나라 일부는 국민 고통 없이 경제 안정을 이룰 수 있다며 큰소리를 쳤다. 이들은 메르켈 독일 총리 얼굴 사진에 히틀러 콧수염을 붙인 플래카드를 흔들며 ‘잘난 척하는 독일’ 규탄 시위를 벌였다. 그 국민들이 후회하는 데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바보는 문제가 풀리기를 기다린다. 지도자는 문제를 푸는 사람이다.’ 어느 외국 정치가 말이라고 한다. 문제 가운데 더러 그냥 하염없이 기다리기만 해도 저절로 풀리는 문제가 있다. 국민연금·공무원 연금·건강보험 적자는 자동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해결 적기(適期)를 놓치면 가속(加速)이 붙어 더 악화된다. 출산율 절벽, 인구 노령화, 생산 인구 감소, 경제 규모 축소의 악순환(惡循環) 바퀴는 갈수록 빨리 돈다. 문재인 대통령처럼 눈을 감는다 해서 문제가 사라지거나 풀리지 않는다.

한국 대학은 ‘일류’ ‘이류’ ‘삼류’ 계급장을 달고 있다. 우물 안 계급장이다. 세계로 나가면 한·두 계급을 낮춰야 한다. 대학수능 시험장 제1법칙은 ‘생각을 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대입학원은 문제지 앞에서 ‘생각하지 않고 어려운 문제를 피해가는 기술’을 파는 산업이다.

‘일류 대학’은 대부분 교수들이 투표로 학장·총장을 뽑는다. 국가대표 축구단이 투표로 감독을 뽑는 식이다. 학생은 졸업해 떠나도 교수는 남는 게 대학이다. 교수 투표로 뽑힌 총장이 유권자 교수를 개혁할 수 없다. 교육부는 사립대학마저 공기업처럼 지배하며 부실(不實)을 쌓았다. 공장의 일손 부족을 걱정하는 건 순서가 틀렸다. 한 해 27만 명 아이를 낳는 한국의 이런 교육 시스템은 기업의 ‘손’이 아니라 ‘머리’에 해당하는 연구소를 먼저 텅텅 비게 할 것이다. 볼커는 공직에 있던 아버지에게서 ‘권한(權限)’이란 단어는 ‘책임(責任)’이라는 뜻으로 바꿔 읽어야 한다고 배웠다. 이하생략 (칼럼, 조선일보 강천석 고문임원실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