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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곰의하루

미국의 오늘, 60년전 그날처럼... “I have a dream” 킹 목사 ‘워싱턴 행진’ 재연 본문

시사

미국의 오늘, 60년전 그날처럼... “I have a dream” 킹 목사 ‘워싱턴 행진’ 재연

설악산곰 2023. 8. 28. 01:28

미국의 오늘, 60년전 그날처럼... “I have a dream” 킹 목사 ‘워싱턴 행진’ 재연.  링컨 기념관 광장 현장 르포. 흑인 인권 문제, 이민·총기 규제·성평등으로 확대 양상. 바이든 대통령 킹 목사 가족 백악관 초청 “흑인 표심 잡기”  “정의가 없다면, 평화도 없다(No Justice, No Peace)!”  26일(현지 시각) 오전 미국 수도 워싱턴DC의 링컨 기념관 광장에 모인 수 천명의 군중들이 잇따라 구호를 외쳤다. 1963년 8월28일, 흑인 인권 운동가 고(故) 마틴 루서 킹(1929~1968) 목사가 이 곳에서 “내게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라고 외치며 인종 차별 철폐를 요구했었다. 당시 킹 목사가 시민 25만명과 함께 DC 시내로 향했던 ‘워싱턴 대행진’이 60주년을 맞아 이날 재연됐다. 링컨 기념관에서 2차 세계대전기념관까지 이르는 광장 상당 부분이 인파로 차 그 날을 연상시켰다.

1963년 당시 킹 목사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미국의 건국 정신을 강조하면서 “흑인과 백인이 모두 형제·자매로 함께하는 날이 오길 소망한다”고 했었다. 이후 미국의 민권법(1964년)과 투표권법(1965년) 제정으로 이어졌다. 킹 목사는 1964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그러나 4년 뒤인 1968년 암살당했다. 60년이 지난 이날 34도까지 치솟는 고온에도 링컨 기념관 광장은 축제 분위기였다. 참석자들은 곳곳에 자리를 깔고 음료수를 마시고 웃으면서 구호를 외쳤다. 행사 주최 측은 “수분을 유지하시라(Stay hydrated)”며 군중들에게 물을 나눠줬다.

참석자 대다수는 흑인이었지만 백인과 히스패닉, 아시아계도 상당 수 참석했다. 한 아시아계 미국인 참석자는 “인종이 흑인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며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을 하지말라는 것이 킹 목사의 주장이었다. 이에 공감한다면 모든 사람이 참석할 수 있다”고 했다. 시애틀 출신 대학생 포테스타는 “나는 트랜스젠더”라며 “미 전역에서 트랜드젠더의 권리가 공격받는 것을 보는 것은 끔찍한 일이었다”고 했다.  킹 목사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은 유대인 마이크 캐플런씨는 “킹 목사가 앞세웠던 차별 금지, 평등의 가치는 미국인들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라며 “60년 전 킹 목사의 연설이 없었다면 지금의 미국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계 미국인 스테파니 썬씨는 행사장 앞쪽에서 ‘나는 중국계 미국인입니다. 나는 바이러스도 아니고 스파이도 아닙니다’라는 팻말을 들어 현장 취재진의 주목을 받았다. 썬씨 동료들은 ‘아시아 증오를 멈춰라(Stop Asian Hate)’라고 적힌 팻말도 들고 있었다. 썬씨는 “미·중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중국계라는 이유만으로 질시를 받을 때가 많다”며 “우리는 ‘다른 사람(other people)’이 아닌 미국인이다. 인종으로 미국인들을 구분하는 행위는 중단돼야 한다”고 했다.

광장 곳곳에서 군중들은 ‘소수 인종 투표권을 보장하라’는 팻말을 들고 있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민주당은 집권 초부터 흑인과 히스패닉, 아시아계 유권자가 우편 투표나 조기 투표 등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투표권 확대 법안 통과를 밀어붙였지만, 공화당 반대로 번번히 막혔었다.  ‘우리도 노조를 가질 권리가 있다’ ‘이민은 죄가 아니다’ ‘성 소수자를 존중하라’ 등이 적힌 문구도 곳곳에서 보였다. ‘이제는 총기를 규제해야 할 때’ ‘학자금 대출을 즉시 탕감하라’는 팻말도 있었다. 흑인 인권 운동으로 시작한 ‘워싱턴 대행진’이 미 정치권의 가장 첨예한 이슈들인 이민, 성평등, 낙태권 등으로 주제를 확대해가는 모양새였다.

미국 최대 노동조합인 노동총연맹산업별조합회의(AFL-CIO), 미 최대 흑인 인권 단체인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 등의 단체들도 이날 행사에 참석했다. 한 참석자는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전당 대회를 연상시킨다”고 했다. 친민주당 성향의 워싱턴포스트(WP)는 “행진 참가자들은 정치적 극단주의가 지난 반세기 동안의 인종·사회적 진보를 되돌리려고 하거나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하기 위해 모여들었다”라고 보도했다.

이날 링컨 기념관 앞 무대에 선 연사들은 공화당과 보수 우위의 대법원을 잇따라 비판했다. 킹 목사의 손녀인 15세 소녀 욜란다 르네 킹은 “오늘날 인종차별은 여전히 우리 곁에 있다. 빈곤은 여전히 우리와 함께한다. 그리고 예배당, 학교, 쇼핑센터 곳곳에서 총기 폭력이 발생하고 있다”며 “오늘 할아버지께 말씀드릴 수 있다면, 당신의 일을 마무리하고 궁극적으로 당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우리가 여전히 이 곳에 모여 있어야 해서 미안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하킴 제프리스 미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6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먼 길을 걸어왔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며 “사회 정의를 위한 투쟁에서 미국이 ‘실존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미 의회 역사상 최초 흑인 대표인 그는 “투표권, 노동자 권리, 성소수자 권리 등이 여러분들을 이 자리에 모이게 했다”며 “우리는 미국을 최고의 국가로 만들기 위해 여기 모였다”고 했다. 제임스 클라이번 민주당 하원의원은 공화당 대선 후보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를 겨냥해 “우리는 플로리다 주지사에게 우리의 역사를 지우지 않을 것임을 알리기 위해 오늘 이 자리에 모였다”라고도 했다.

이날 군중들은 연설이 끝난 뒤 마틴 루서 킹 주니어 기념관 쪽으로 향하면서 60년 전 대행진을 재연한 뒤 해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 참석하지는 않았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오는 28일 이번 킹 목사 가족들과 워싱턴 대행진 주최자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할 예정이라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내년 대선을 1년여 앞두고 흑인 유권자들의 ‘표심’은 어느 때보다도 큰 변수로 부상할 전망이다. 미국 인구 중 백인 비율은 2000년 69%, 2010년 64%에서 지난해 59%로 계속 줄고 있다. 히스패닉계의 증가율이 가장 빠르지만 유색인종 중엔 여전히 흑인의 비율(14%)이 가장 높다.(글, 조선일보 이민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