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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곰의하루

어느 노인의 요양병원 일기 본문

노인학

어느 노인의 요양병원 일기

설악산곰 2024. 8. 29. 01:08

열심히 살 때는 세월이 총알같다 하고 쏜 화살 같다 하건만 할일 없고 쇠하니 세월 가지 않는다 한탄이 시더이다. 정신 맑으면 무엇하리요. 자식 많은들 무엇 하리요. 보고픔만 더 하더이다. 차라리 정신 놓아 버린 저 할머니처럼 세월이 가는지 자식이 왔다 가는지 애지중지 하던 자식을 보아도 몰라 보시고 그리움도 사랑도 다 기억에서 지워 버렸으니 천진난만하게 주는 하루 세끼 간식만이 유일한 낙(樂)이더이다. 자식 십여 남매 있음 무엇하리요. 이 한몸 거할 곳 없더이다. 아들 딸 자식들 유명 인사 무엇하리요. 이 한 몸 갈곳 없어 여기까지 흘러 흘러 왔더이다.

허리띠 졸라매고 최고학벌 자랑하며 고생도 보람으로 알고 자식 뒷바라지 했든 들 무엇 하리요, 작디 작은 이 한 몸, 자식 아닌 사람 손에 매인 것을..., 인생 종착역인 이곳 까지가 멀고도 험 하였으리 종착역에 벗은 많으나 마음 나눌 곳 없어 외롭더이다. 앞을 못 보는 사람 듣지 못하는 사람속에 맑은 정신은 외롭기만 하더이다. 치매로 정신을 망각함은 고통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릅니다. 몸은 쇠하고 정신 맑으면 무엇 하리요 괴로움만 더 하더이다. 가는 마당에 야속함도 사랑도 그리움도 추억도 정신에서 모두 내려놓으니 차라리 마음이 홀 가분..,

모진 비바람도 다 지나간.., 조용히 흐르는 저 호수 같은 마음으로..,과거엔 부모들이 자식에게 전 인생을 투자하고 노후를 보장 받기도 하는 것이 일반적 이었으나 이젠 정부의 사회복지 서비스가 아니라면 자신이 스스로의 노후를 책임져야 할 시대입니다. 아직도 연금타고 퇴직금 타서 울며불며 매달리는 자식에게 결혼비용, 사업자금, 취업자금 다 털어주고 빈 털털이가 된 부모들이 길거리에 내 몰리는 것이 현실입니다.

결국 서로 비참한 꼴이 되지요. 한푼 없이 늙고 초라한 부모가 자식들에게 더 이상 부모가 아닌 것이 오늘의 세태입니다. 자식에겐 교육까지만 책임 져주고 언제 까지가 될지 모를 자신의 제3의 인생 노후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합니다. 이 현실이 남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우리 노인들의 이야기 입니다.(높이뜨는새 남의 ‘어떤 노인의 요양병원 일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