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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곰의하루

늙은이 어떻게 살아야하는가? ...김형석 교수 ‘백세일기’ 중에서 본문

노인학

늙은이 어떻게 살아야하는가? ...김형석 교수 ‘백세일기’ 중에서

설악산곰 2022. 10. 4. 02:28

우리가 늙어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 나 자신을 한 번 뒤돌아 보게 합니다. 이를 ‘노인고(老人考)’라 이름 붙이고 우리의 나머지 인생이 그리 초라하지 않게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면 좋을 것 같아 옮겨 봅니다.

열심히 살 때는 세월이 총알 같다 하고 화살 같다 하건만 할 일 없고 쇠하니 세월이 가지 않는다 한탄하시더이다. 정신 맑으면 무엇하리요 자식 많은들 무엇하리요 보고픔만 더하더이다. 차라리 정신 놓아버린 저 할머니처럼 세월이 가는지, 자식이 왔다 가는지 애지중지 하던 자식을 보아도 몰라보시고 그리움도 사랑도 다 기억에서 지워버렸으니 그저 천진난만하게도 하루 3끼 주는 밥과 간식만이 유일한 낙이더이다.

자식 십여 남매 있음 무엇하리요. 이 한 몸 거할 곳 없더이다. 아들 딸 자식들 유명인사 무엇하리요 이 한 몸 갈 곳 없어 여기까지 흘러 흘러 왔더이다. 허리띠 졸라매고 최고학벌 자랑하며 고생도 보람으로 알고 자식 뒷바라지 했던들 무엇하리요. 작디작은 이 한 몸, 자식 아닌 사람 손에 매인 것을.....

인생 종착역인 이곳까지가 멀고도 험 하였으리! 종착역에 벗은 많으나  마음 나눌 곳 없어 외롭더이다. 앞을 못 보는 사람, 듣지 못하는 사람 속에 맑은 정신은 더 외롭더이다. 치매로 정신을 망각함은 차라리 고통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몸 쇠하고 정신 맑으면 무엇하리요 괴로움만 더한 것을....가는 마당에 야속함도 사랑도 그리움도 추억도, 정신에서 모두 내려놓으니 차라리 마음이 홀가분 할뿐 모진 비바람 다 지나간 조용히 흐르는 저 호수 같은 잔잔한 마음으로 돌아갈 뿐인 것을....

어떻습니까? 어쩌면 황혼녘에 들어선 대다수 사람들의 닥쳐올 현실 아닌가요? 어느덧 팔순 고개가 가까워 오면 일주일이 하루 같다고 할까요? 아무런 하는 일도 없이, 문안 전화도 뜸뜸이 걸려오다가 어느 날부터인가 뚝 끊기고 맙니다. 아마 이럴 때 영락없는 노인임을 깨닫게 됩니다. 노인이 되어봐야 노인 세계를 확연히 볼 수 있습니다.(글 방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