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4/10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ags
more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설악산곰의하루

내가 살고있는 속초 ... 실향민의 추억 본문

좋은글

내가 살고있는 속초 ... 실향민의 추억

설악산곰 2023. 5. 4. 03:45

지난달 30일 오후 2시쯤 강원도 속초시 청호동 아바이마을. 속초 시내와 아바이마을 사이를 가로지르는 폭 50m 물길을 따라 20여 명의 관광객을 태운 갯배 2대가 쉼 없이 오가고 있었다. 양 끝 선착장에 연결된 쇠줄에 갈고리를 걸고 끌자 배는 물 위를 미끄러졌다. 관광객들은 배가 흔들릴 때마다 불안해하면서도 사진을 찍느라 분주했다. 대구에서 온 남모(43)씨는 “모든 것이 달라졌는데 갯배는 옛 모습 그대로다. 고깃배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게 인상적”이라고 했다.

마을에 내리자 고소한 기름 냄새가 진동했다. 골목길을 따라 아바이순대와 오징어순대 등을 파는 음식점 10여 곳이 길게 늘어섰다. 음식점들은 저마다 ‘흥남’ ‘북청’ 등 북한 지명을 내걸고 아바이순대 원조를 자처했다. 이 마을 주민은 100여 명. 대부분 6·25전쟁 때 피란 온 실향민의 2~3세들이다. 음식점 골목 뒤편 주택가는 성인 남자 1명이 지나기도 어려울 만큼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실향민 2세 이미숙(60)씨는 “피란민들이 좁은 땅에 터를 잡다 보니 벽을 서로 맞대고 집을 지었다”고 했다.

강원도 속초시는 피란민들이 세운 도시나 다름없다. 그 시작이 아바이마을이다. 통일되면 고향 북쪽에 가겠다며 가장 가까운 이곳에 모여 정착했다. 무인도 바닷가 모래사장에 임시 거처를 만든 것이 마을이 됐다. 같은 고향 출신들끼리 신포마을, 정평마을, 앵고치마을 등 집단촌을 이뤘다. 갯배는 이곳 주민들이 속초 시내로 가깝게 다니기 위한 교통수단이었다.

양양군의 한 마을이던 속초가 1963년 시(市)로 승격한 뒤 올해로 60주년을 맞았다. 이 60년 동안 속초는 ‘실향민 문화’를 테마로 강원도 최고의 관광 도시로 우뚝 섰다. 지난해 1년 동안 속초시에는 관광객 1943만6783명이 다녀갔다. 역대 최고 기록이다. 속초시 인구 8만2685명의 235배에 이른다. 코로나 여파로 발길이 끊긴 2020년과 2021년에도 1233만1586명, 1312만9416명이 찾았다.

속초 관광의 핵심은 고향을 잃은 실향민의 정서와 애환. 고향을 그리며 먹던 아바이순대와 함흥냉면, 가자미식해는 속초의 대표 먹을거리가 됐다. 함경도 전통 놀이인 ‘북청사자놀음’도 ‘속초사자놀이’로 전승돼, 작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엄경선 향토사연구사는 “1963년 속초가 시로 승격할 당시 속초 인구는 5만5619명이었는데 절반가량이 실향민이었다”면서 “속초에는 그만큼 실향민의 문화와 정서가 뿌리 깊게 반영돼 있다”고 했다. 이하생략 (출초, 조선일보 정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