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4/10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ags
more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설악산곰의하루

어린이날에 붙임...당신은 옳고 괜찮고 잘 될것이다 본문

좋은글

어린이날에 붙임...당신은 옳고 괜찮고 잘 될것이다

설악산곰 2023. 5. 5. 01:44

‘당신은 다만 당신이란 이유만으로 사랑과 존중을 받을 자격이 있다. -앤드루 매슈스’ 자주 다니던 도서관 로비 벽 높은 위치에 저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그 문구를 볼 때마다 두 가지 의문이 일었다. 하나는 ‘과연 그럴까?’ 하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앤드루 매슈스가 누구야?’ 하는 것이었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앤드루 매슈스는 호주 출신 만화 예술가이자 동기 부여 전문가, 베스트셀러 작가다. 국내 번역서들의 제목이 명쾌하다. 마음 가는 대로 해라, 친구는 돈보다 소중하다, 자신 있게 살아라, 지금 행복하라, 10대여 행복하라, 즐겨야 이긴다…….

나처럼 삐딱한 인간은 저런 명쾌한 문장들을 보면 꼭 딴죽을 걸고 싶어진다. 마음이 친구보다 돈한테 가면 어떻게 하지? 그래도 그냥 마음 가는 대로 해? 매슈스의 저서들을 찾아서 답을 확인하지는 않았다. ‘당신은 다만 당신이란 이유만으로 사랑과 존중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말이 나온 문맥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그러니 매슈스에게는 억울한 이야기이겠다. 하지만 나는 ‘내가 나라는 이유만으로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랑과 존중’은 저렴하거나, 적어도 제한적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나라는 사람은 바로 나, 단 한 사람밖에 없다. 누구도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없다. 그러므로 나는 나한테는 사랑과 존중을 받아야 하겠지. 그러나 남에게 나라는 사람은 수많은 타인 중 한 명일 뿐이다. 연인이나 가족이 아니라면 더 그렇다. 그들에게도 나는 나라는 이유로 사랑과 존중을 받아야 할 존재일까? 얼마나?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저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이 타인의 사랑과 존중을 받아야 한다고 마음껏 외쳐도 괜찮은 이들도 있긴 하다. 어린아이들이다. 그리고 어린아이가 아닌 내가 남들에게 기대할 수 있는 사랑과 존중은, 그냥 남들이 받는, 내가 남들에게 주는, 딱 그만큼일 테다. 그 이상은 행운과 축복이라고 여겨야 한다.

‘스스로에게 엄격해져야 한다’는 구식 가르침을 받고 자라서일까. 나는 심지어 자신에게조차 무조건적 사랑과 존중을 주장하는 일이 다소 겸연쩍다. ‘자격 없는 상태’가 없다면 자격이라는 단어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때로는 누가 나를 비판하지 않더라도 스스로를 꾸짖을 수 있고, 부끄러워할 줄도 아는 게 어른의 자세라고 생각한다. 이하생략 (글 정강명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