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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곰의하루

시월 ...... 황동규 본문

좋은시

시월 ...... 황동규

설악산곰 2022. 10. 21. 05:53

               시월 ...... 황동규

 

내 사랑하리 시월의 강물을

석양이 짙어 가는 푸른 모래톱

지난날 가졌던 슬픈 여정(旅程)들을. 아득한 기대를

이제는 홀로 남아 따뜻이 기다리리.

 

지난 이야기를 해서 무엇하리.

두견이 우는 숲 새를 건너서

낮은 돌담에 흐르는 달빛 속에

울리던 목금(木琴)소리 목금소리 목금소리.

 

며칠 내 바람이 싸늘히 불고

오늘은 안개 속에 찬비가 뿌렸다.

가을비 소리에 온 마음 끌림은

잊고 싶은 약속을 못다 한 탓이리.

 

아늬?

석등 곁에

밤 물소리

 

누이야 무엇 하나

달이 지는데

밀물지고 고물에서

눈을 감듯이

 

바람은 사면에서 빈 가지를

하나 남은 사랑처럼 흔들고 있다

 

아늬?

석등 곁에

밤 물소리

 

낡은 단청(丹靑)밖으론 바람이 이는 가을날,

잔잔히 다가오는 저녁 어스름. 며칠 내 낙엽이

내리고 혹 싸늘히 비가 뿌려와서.......

절 뒷울 안에 서서 마을을 내려다보면 낙엽

지는느릅나무며 우물이며 초가집이며 그리고

밤금 켜지기 시작한 등불들이 어스름 속에서

알 수 없는 어느 하나에로 합쳐짐을 나는 본다.

 

창밖에 가득히 낙엽이 내리는 저녁

나는 끊임없이 불빛이 그리웠다.

바람은 조금도 불지를 않고 등불들은 다만

그 숱한 향수와 같은 것에 싸여가고 주위는

자꾸 아두워갔다.

이제 나도 한 잎의 낙엽으로 좀 더 낮은 곳으로,

내리고 싶다.

(인간과 자연, 나와 이웃 사이의 따뜻한 만남을 그리워하는 마음의 풍경을 노래한 황동규 시인의 ‘시월’ 이라는 시(詩). 낡아가는 나이, 옛날 감성적 시(詩)좋아했던 시골 소년이 이제 깊은 이마의 주름을 보며 시인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싶다. 시월 낙엽 내년에도 또 볼수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