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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곰의하루

향수(鄕愁) 본문

좋은시

향수(鄕愁)

설악산곰 2022. 12. 11. 04:09

                        향수

                                                               정지용

 

넓은 뻘 동쪽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참아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빈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이 겨운 늙은 시아버지가

집베게를 돋아 고이 쉬는 곳

그곳이 참아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마음 파란 하늘 빛이 그리워

함부러 쏜 화살 찾으러

풀섶 이슬에 함초롱 휘적시던곳

그곳이 참아 꿈앤들 잊힐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참아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벌 알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도라앉아

도란도란 거리는 곳

그곳이 참아 꿈엔들 잊힐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