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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곰의하루

용서(容恕)와 사랑(愛) 본문

좋은글

용서(容恕)와 사랑(愛)

설악산곰 2023. 11. 21. 00:16

2차세계대전 중 영국군과 독일군이 공중전을 하다가 영국 전투기가 독일 전투기 한대를 격추 시겼다. 그 전투기를 격추시킨 영국 공군 장교가 착륙하여 추락한 독일 전투기에 접근해보니 전투기는 완파되었고 독일 공군 장교는 피를 흘린채 죽어 있었다. 영국 장교는 야릇한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그 죽은 독일 장교에게서 어떤 비밀스런 정보라도 얻을수 있을까 해서 그의 주머니를 뒤지다가 그 독일 장교가 어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 한 장과 그 어머니가 보낸 편지 한 장을 발견하였다.

사진 뒷면에는 ‘어머니의 사랑속에’ 라고 적혀있었고 편지 내용은 아들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구구절절 가득 담겨 있었다. 영국장교는 그 유품들을 그냥 버릴 수가 없어 주머니에 간직 했다. 시간이 흘러 전쟁이 끝난 후에도 영국 장교는 자신이 격추시킨 전투기에서 죽어간 독일 장교의 생각이 늘 그의 뇌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그는 보관하고있던 독일 장교의 유품인 그 편지와 사진을 자주 보면서 아들을 잃은 그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려 보곤 했다.

그러면서 몇 년 전에 세상을 떠난 자신의 어머니와 그 독일 어머니를 일치 시키고 있었다. 그 독일 장교의 어머니가 자꾸만 자신의 어머니로 느껴지는 것이었다. 그는 마음 속으로 그녀를 ‘어머니’ 라고 불러 보았다. 어머니 없는 그가 그렇게 속삭이고 나니 마치 돌아가신 어머니가 저 멀리 독일에 살아 돌아온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했다.

어느 날, 그는 그 독일 어머니에게 자신의 심정을 편지로 써드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그 편지가 어머니의 슬픔과 고통을 더욱 가중 시키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도 없지 않았다. 그는 몇번 이나 망설이다가 그 일을 기억 속에서 지워 버릴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잊어 버리기에는 너무 나도 강하게 밀려오는 상념이었다. 그는 그 어머니가 아들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를 다시 읽어 보았다. 아들과 함 게 찍은 사진과 편지를 다시 보는 순간 그는 편지를 써야겠다는 강한 뜻을 억제할 수가 없었다. 그 편지 겉봉에는 어머니가 살고 있는 독일 주소가 또렷하게 적혀 있었다. 그는 드디어 펜을 들고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우리 어머니!’ 저는 영국의 공군 R 대위입니다. 제가 지난해 공군에 복무하던 중…” 그는 전쟁 중에 발생한 일들과 종전 후에도 계속 잊을 수 없었던 P대위(죽은 독일 장교)와 그 어머니에 대한 생각과, 편지를 쓰게 된 심경을 자세하게 적은 후 다음과 같이 끝을 맺었다. “….제가 차라리 P 대위의 시신이나 유품을 보지 않았더라면 P 대위와 어머니에게 이토록 심한 죄책감은 느끼지 않았을런지 모르겠습니다. 전쟁이라고 하는 소용돌이 속에서 저지른 불가피한 일 이라고는 해도 저는 죽은 P 대위와 어머니로부터 어떤방법으로든지 속죄를 받고 싶은 심정입니다.

어머니, 제가 속죄 받을수 있는 길은 오직 P대위를 대신해서 제가 어머니의 아들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가 제 뜻을 어떻게 받아 들이실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저에게 원한을 품으실 수도 있고, 저로 인해서 과거의 악몽이 재현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어머니께서는 어떠한 생각을 가지시든지 저는 일방적 으로라도 어머니의 아들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저의 이 진심을 받아주셔서, 자격도없는 이 몸이지만 P 대위 대신 아들로 맞아 주신다면 저로서는 너무나 감사하고 더할수 없는 기쁨이 되겠습니다. 어머님께서 허락하신다면 저는 언제든지 달려가 어머님을 뵙고 싶습니다. 늘 강건하시기를 바라오며 하나님의 은총이 항상 어머님과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영국 공군 R대위가 독일 어머니에게 편지를 보내고 나서 거의 한 달이 다 된 어느날 독일에서 편지가 한장 날라왔다. P대위의 어머니로 부터 온 편지 였다. R대위는 긴장감을 감추지 못한 채 설레 이는 기대를 안고 봉투에서 편지를 꺼내 펴보았다. 편지의 상단 첫 줄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내 사랑하는 아들 R에게”

긴장했던 R대위의 표정이 금세 환해지더니 어느 듯 그의 눈시울은 붉어졌다. R대위는 흥분을 진정 시키면서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 네 편지를 받고 나는 며칠 동안 잠을 잘수가 없었단다. 그것은 전사한 내 아들에 대한 생각 때문 이라기 보다는 너의 그 아름답고 착한 마음이 안겨준 충격 때문이었다. 전쟁이 끝나고 총성이 멎은 후 조용해진 세상처럼 전쟁 중에 희생된 수 많은 전사자들과 그들로 인해서 흐느끼는 가족들의 곡성도 시간과 함께 역사 속으로 서서히 묻혀지는 지금 네가 보내 준 한통의 편지는 마치 전사한 내 아들이 다시 부활하여 R이라는 이름으로 내 곁에 나타난 것과 똑같은 감격 이었단다. 때로는 세상이 허무하기도 했고, 때로는 죽은 자식 생각하면서 낙심 하고 절망하기도 했었지. 그런데 네 편지를 받고는, 이 세상에는 그 허무함도 그 절망도 다 극복시키고 새로운 용기와 희망으로 치달을 수 있게 하는 힘의 원천이 있음을 나는 깨닫게 되 었단다.

그 힘은 바로 사랑이었고 그 사랑을 나에게 선물한 사람이 바로 너 R대위로구나! 지금까지 온 세상은 다 나의 고독과 슬픔과 한을 잊고 있는 듯 했는데 이제는 나 혼자가 아니라 온 세상이 다 나의 친구가 되고, 나의 위로가 되고, 나와 인생의 무거운 짐을 함께 지고 언덕을 넘어가는 동반자로 느끼게 된 이 나의 심정을 너도 이해하고 함께 기뻐해주기 바란다. 생각해 보면 너나 죽은 P대위나 모두 전쟁의 희생자 이면서도 또한 주어진 사명에 충실했던 장한 젊은이들이 아니었느냐. 높은 파도와 거친 물결이 흉용 하는 저 바다라도 그 밑에는 물고기들의 고요한 서식처 가 있듯이 전쟁이 휘몰고 온 파도에 휘말렸던 나는 이제 너를 통해서 평온과 안정을 되찾게 되었으니 나는 물론이고 내 아들 P대위도 천국에서 얼마나 기뻐하겠느냐. 고맙다. 한 없이 고맙다.

사랑하는 내 아들 아! 이제 너와 나는 한 개인 대 개인의 만남이 아니라 영국과 독일이, 적과 적이, 원수와 원수가 서로 손을 잡고 서로 화해하고 이해하며 화평의 약속을 이루어가는 평화의 상징으로 남게 될 소중한 만남이 되리라고 믿는다. 내가 허락만 한다면 금방 이라도 달려 오겠다는 네 마음처럼 나도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이라도 너에게 달려가고 싶구나. 약 두어 달이 지나면 꽃피는 봄이 오는데, 그 때쯤 시간을 내어 너를 만나볼 수 있는 기쁨을 안겨주기 바란다. 이 편지가 너에게 닿을 것을 생각하니 더욱 더 보고 싶고 그리워지는 내 사랑하는 아들아, 우리가 상봉 하게 될 그날까지 하나님의 사랑과 은총이 늘 함께 하시기를 기도 드린다. 독일에서 엄마가-(감동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