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4/10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ags
more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설악산곰의하루

양력 섣달그믐날 2022년이여~안녕! 본문

좋은시

양력 섣달그믐날 2022년이여~안녕!

설악산곰 2022. 12. 31. 02:34

 ‘수세(守歲)’ 한해를 보내며.

                                                                                   소동파(蘇東坡)

욕지수진세(欲知垂盡歲) 한해의 끝자락을 알고싶은가?

유사부학사(有似赴壑蛇) 구멍으로 들어가는 뱀과 같구나

수린반이몰(修鱗半已沒) 비늘 돋힌 긴몸 반 넘게 숨으면

거의수능차(去意誰能遮) 떠나려는 그 뜻을 누가 막으랴

황욕계기미(況欲繫其尾) 그 꼬리 잡아 매어두고 싶어도

수근지내하(雖勤知柰何) 아무리 애를 쓴들 어쩔수없내 (이하생략)

 

“저물어가는 한 해를 알고 싶은가. 구렁으로 달려가는 뱀과 같도다. 긴 비늘이 반 넘어 들어갔으니, 가버리는 그 뜻을 누가 막으랴.” 소동파가 세밑 저녁을 보내며 지은 시의 첫 구절이다. 손쓸 틈도 없이 순식간에 미끄러져 지나가 버리는 한 해를 실감나게 묘사했다. 가는 세월을 붙잡지 못해 안타까운 작가는 제야의 북소리도 새벽닭의 울음도 달갑지 않고 그저 이 저녁이 끝나지 않기만 바라지만, 그런 마음을 알 리 없는 젊은이들은 밤새 웃고 떠들며 나이 한 살 더 먹었다고 자랑하더라는 내용이 이어진다.

신종 감염병의 대유행으로 몇 년간 자제해 왔던 온갖 모임들이 송년회(送年會)라는 이름으로 봇물 터지듯 이어지고 있다. 어차피 잡아둘 수 없는 시간, 반가운 이들과 모처럼 한자리에 모여서 잘 보내주자는 뜻으로 가지는 즐거운 모임이다. 자칫 과도한 술자리로 이어지기 쉽지만, 요즘은 문화공연을 함께 즐기거나 요리 경연대회로 기획하기도 하는 등 송년회의 양태도 달라지고 있다. 늘어지기 마련인 저녁 자리보다 점심 혹은 브런치 송년회가 인기라는 소식도 들려온다.

송년회의 계절에, 일본에서 온 어휘이고 뜻도 별로 좋지 않다고 하여 사라지다시피 한 망년회(忘年會)라는 말을 다시 떠올려본다. 그날을 빌려서 잊고 싶은 일들을 까맣게 잊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툴툴 털고 심기일전하지 않고는 새로운 해를 온전히 맞이할 수 없을 만큼 힘겹기만 한 삶을 반영한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애써 잊어버린다 해도 잠시에 불과하고 깨어나면 현실은 그대로다. 바꾸지 않는 한 아무것도 바뀌지 않기에, 그렇게 열리는 새로운 해 역시 다시 잊어야만 할 날의 연속일 뿐이다

송구영신(送舊迎新). 묵은 것을 잘 보내야 새로움을 제대로 맞이할 수 있다. 감염병의 유행이 여전히 걱정스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왁자지껄 유쾌한 송년 모임으로 더 많은 이들이 행복하기를 소망한다. 그와 함께, 단호하게 보내버려야 할 묵은 것들, 잊지 않고 집요하게 바꿔가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차분히 성찰하는 시간도 가질 일이다. 그래야 구렁으로 사라져버리는 뱀의 꼬리를 아쉬워하지 않고 진정한 의미의 송구(送舊)와 영신(迎新)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글, 송혁기 고려대 한문학교수)

세월은 가고 사랑도 간다. 눈물도 가고 기쁨도 간다. 버스도 가고 전철도 가며 좀 더 머물 줄 알았던 눈부신 시절은 붙잡을 틈도 없이 어느새 가버리고 없다. (김재진의바람에게도 고맙다중에서)

                                                                          서울 하늘공원의 일몰

                                                           바티칸   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