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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곰의하루

사람도 꽃처럼 (새봄되면) 돌아올수만 있다면....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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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꽃처럼 (새봄되면) 돌아올수만 있다면....

설악산곰 2024. 3. 24. 03:38

매화는 벚꽃보다 일찍 피어나 봄을 알린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추운 겨울부터 꽃을 피워내는 매화를 절개의 상징으로 보고 사랑했다. 국내에는 수많은 매화나무가 있겠지만, 사람들이 귀하게 여기는 매화는 수령이 수백 년 된 고목(古木)에서 피어난 꽃이다. 전남 구례와 곡성의 봄꽃이 흐드러진 섬진강변으로 매화 향기를 찾아 떠났다.

“사람도 꽃처럼 돌아온다면…” 김초희 감독의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2019년)에는 “사람도 꽃처럼 돌아온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라는 대사가 나온다. 주인집 할머니(윤여정 역)가 노년에 한글을 배워 처음 쓴 시다. 이 시를 낮게 읊조리던 주인공 찬실이(강말금 역)는 울컥하며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오열하고 만다. 해마다 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꽃이 돌아온다. 죽은 듯이 보였던 나무에 새순이 돋고 꽃망울이 터진다. 계절이 가면 꽃은 시들겠지만, 또 다른 꽃이 피어난다. 그리고 다음 해에도 어김없이 꽃은 돌아온다. 그러나 한번 가버린 사람은 돌아오지 않는다. ​

봄의 첫 꽃 소식이 전해오는 광양 매화축제나 구례 산수유축제에는 사람이 인산인해로 몰려든다. 매화는 모두 아름답지만 그중에서도 수령 200∼300년 된 고목에서 피어나는 매화는 더욱 신비스럽다. 겨울에 죽음 같은 추위를 견뎌내고, 수백 년 세월 동안 봄이면 회춘(回春)해 싱싱한 꽃으로 다시 돌아온다니…. 그 변함없는 생명의 힘을 확인하고자 고매(古梅)를 찾는다. 문화재청이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매화나무는 전국 4곳에 있다. 전남 구례 화엄사 ‘화엄매’와 ‘들매’, 순천 선암사 ‘선암매’, 장성 백양사 ‘고불매’, 강원 강릉 오죽헌 ‘율곡매’다. 지난주부터 일부 개화하기 시작한 천연기념물 매화들은 이번 주말 절정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매화는 빛깔에 따라 백매, 청매, 홍매로 구분한다. 매화를 아래에서 위로 쳐다보며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촬영하면 바닷속 산호처럼 신비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지난 주말 화엄사 각황전 옆에는 가장 유명한 화엄매인 홍매가 피었다. 일반적인 분홍색이 아니라 진한 검은색 벨벳처럼 고급스러운 빛깔이라 ‘흑매’로 불리기도 한다. 높이 8.2m 화엄매가 만개하면 새벽부터 사진가와 관광객이 몰려든다. 텅 빈 화엄사 경내 마당을 빗자루로 비질하는 스님 위로 고즈넉하게 피어난 홍매를 찍기 위해서다. 화엄매는 대웅전 뒷담으로 돌아가 언덕 위에서 내려 찍어야 제맛이다. 하도 많은 사진작가들이 몰려들다 보니 화엄사 측에서는 사진 촬영 포인트에 계단형 전망대도 만들어 놓았다. ​

그러나 화엄사에서 홍매만 구경하고 가는 것은 섭섭하다. 대웅전 뒤편 울창한 대밭 숲을 지나면 구층암에 또 다른 천연기념물 ‘들매’(수령 450년 추정)가 피어나기 때문이다. 들매는 들장미, 들국화처럼 들에 핀 매화다. 매화는 중국이 원산지로 집이나 사찰에 심어 가꾸는 대부분은 꽃이 예쁜 품종을 골라 접붙여서 번식시킨다. 그러나 들매는 사람이나 동물이 매실 과육을 먹고 버린 씨앗이 싹이 터서 자란다. 들매는 꽃과 열매가 재배 매화보다 작지만 꽃향기는 오히려 더 강하다고 한다.

화엄사 들매가 먼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었고 올 2월 각황전 홍매도 함께 화엄매로 지정됐다. 노거수(老巨樹) 탐사 전문가 임혁성 씨는 “봄에 화엄사에 수십 번 와 봤지만, 이렇게 들매에 꽃이 많이 달린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구층암에서는 요사채 처마를 받치고 있는 울퉁불퉁한 모과나무 기둥을 감상하고, 스님이 만들어주시는 화엄사 죽로야생차(竹露野生茶)를 맛보는 것도 별미다. 대나무 밑에서 이슬을 먹으며 자란 야생 차나무 찻잎을 따서 손으로 직접 만든 녹차다. 특히 세월에 숙성시킨 발효차는 부드러운 향으로 속을 풀어주는 맛이 있다.

순천 선암사 무우전과 팔상전 주변에 담장을 따라 꽃그늘을 드리우는 20그루 매화 중 고목으로 자란 백매와 홍매 2그루는 선암매라는 특별한 이름으로 불린다. 고려 때 중건한 선암사 상량문에 매화 관련 기록이 남아 있어 역사적, 학술적 가치가 크다. 율곡매는 오죽헌이 들어설 당시인 1400년경에 심어져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가 직접 가꾸었다고 전한다. 신사임당은 ‘고매도’ ‘묵매도’를 비롯해 많은 매화 그림을 그렸고 맏딸 이름도 매창(梅窓)으로 지을 만큼 매화를 사랑했다. 수령 600년 이상으로 추정되는 율곡매는 2017년 냉해를 입은 후 피는 꽃 양은 크게 줄었지만 고고한 자태를 잃지 않고 있다.

수령 350년 넘는 백양사 고불매(古佛梅)도 꽃이 비처럼 내린다는 우화루 옆에서 자리를 지켜왔다. 내장산 국립공원에 있어 매화가 비교적 늦게 피어 이달 말까지 매화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하생략 (출처,동아일보 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아~옛날이여~구례 화엄사, 순천 선암사 이 봄에 다시한번 가고싶다. 우리의 남도여행 금강산 구경보다 좋다. 사람도 꽃처럼 (새봄되면)다시 살아 돌아올수만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