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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곰의하루

멋이란 무엇일까요? 본문

노인학

멋이란 무엇일까요?

설악산곰 2024. 6. 23. 05:49

멋이란 무엇일까요? 멋은 보통 옷이나 얼굴 따위의 겉모습에서 드러나는 세련(洗練)되고 아름다운 맵시를 말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멋은 그처럼 겉치레에 한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멋은 사람이나 사물(事物)에서 엿보이는 고상(高尙)한 품격(品格)이나 운치(韻致)을 말하지 않을까요? 멋이란 말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흔히 쓰이면서도 매우 소중(所重)한 말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멋은 그 말을 사용하는 사람마다 기준(基準)이 달라 쓰임새가 천층만층(千層萬層)인 것 또한 사실(事實)입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에게는 멋있어 보이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게 보이지 않기도 하지요.

보통 ‘멋’하면 젊은이들의 전유물(專有物)인 것으로만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노년(老年)의 남성(男性)들이 버스나 지하철(地下鐵) 등에서 노인(老人)이나 병약자(病弱者)에게 서슴없이 자리를 양보(讓步)하는 것을 보았을 때, 젊은이들에게서 쉽사리 보지 못하던 멋을 느끼게 됩니다. 마치 무엇으로도 살 수 없는 값진 보석(寶石)을 감상(感想)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아마 그 광경(光景)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노년의 멋스러움이 무엇인지 충분(充分)히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부분(大部分)의 노년들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미 지나간 젊음을 아쉬워하기만 했지 찾아오는 노년에 대하여 멋스럽게 맞이할 생각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노년의 멋이란 외모(外貌)에서 풍(風)기는 것보다 정신적(精神的)인 면(面)까지 함께 조화(調和)를 이룰 때, 더욱 아름다울 것입니다. 한적(閑寂)한 오솔길을 걸으며 한 송이 꽃에도 감사(感謝)하고 감동(感動) 할 줄 아는 마음의 여유(餘裕)가 있을 때에 노년의 멋스러움은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노년은 생각보다 멋지고 아름다운 인생길입니다. 왜냐하면 삶의 여정(旅程) 중에서 마음을 비우며 살아가기에 가장 좋은 나이이기 때문이지요. 노년엔 욕심(慾心)을 좀 더 멀리서 남의 것처럼 바라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그리고 담담(淡淡)한 마음으로 삶의 여백(餘白)을 마음에 담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시기(猜忌)와 질투(嫉妬)가 떠난 자리에 사랑과 너그러움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또한 남의 잘못은 보이지 않고 잘한 것 만 보여서 얼마나 좋은가요?

늙으면 모든 것이 점점 더 아름답게 보여 집니다. 가지고 싶은 마음보다 주고 싶은 마음이 앞서기 때문이지요. 저주(詛呪)의 마음은 사라지고, 축복(祝福)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좋습니다. 그리고 원망생활(怨望生活)은 사라지고 감사생활(感謝生活)로 돌려서 아주 기쁩니다.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무엇을 탈까? 걱정하지 않고 있는 대로 먹고, 있는 대로 입으며, 아무 차나 타도 마음에 거리낌이 없어서 좋습니다. 더군다나 모든 것을 내려놓고도 아쉬움이 남지 않아서 얼마나 아름다운가요? 텅 빈 마음을 여백으로 채우고 담담하게 살아갈 수 있는 노년의 멋을 만끽 할 수 있어 참으로 좋습니다. 아름답게 늙어가는 사람은 정말 멋집니다.

그런데 우리는 대개 내일(來日)에 속으며 살아가기 쉽습니다. 세월(歲月)을 잡으려고 가까이 가면 저만큼 달아나 버리는 신기루(蜃氣樓)와 같은 내일에 많은 기대(期待)를 놓고 살아갑니다. 그래서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고, 오늘 살아야 할 삶을 내일로 미루고 사는 것입니다. 그러나 속으면 안 됩니다. 우리가 그토록 기다리는 내일은 생명(生命)이 다하는 날까지 우리 앞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우리 앞에 나타나는 것은 언제나 오늘뿐입니다.

그래서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면 안 됩니다. 그것은 오늘과 내일 모두를 망(亡)치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이와 같이 멋이란 말은 그 말을 사용(使用)하는 사람마다 기준이 다릅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에게는 멋있어 보이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게 보이지 않기도 하는 것입니다. 그 멋의 본질(本質) 가운데에 가장 두드러진 것은 무엇일까요? 아마도 ‘자리이타(自利利他: 자신이 먼저 깨달음을 성취한 연후에 남을 구제한다)’의 삶이 진정(眞正)한 아름다움이 아닐는지요. 이런 노년의 멋을 아는 사람에게는 특별(特別)한 아름다움이 있는 것입니다. 때로는 엷은 미소(微笑)로, 때로는 처연(悽然)한 비장(悲壯)함으로, 그리고 때로는 진(津)한 감동으로 우리 가슴에 다가옵니다.

그 아름다움이 어디서 오는지 한 번 살펴봅니다. 1. 첫째: 노인은 남을 위해 자신(自身)을 양보하고 희생(犧牲)하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2. 둘째: 노인은 곧고 위엄(威嚴)이 있어 누구도 함부로 대할 수 없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3. 셋째: 노인은 도량(度量)이 넓고 관용적(慣用的)이어서 늘 포근하고 인정(認定)이 넘쳐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4. 넷째: 노인은 정직(正直)하고 소탈(疎脫)해서 욕심(慾心)이 없어 늘 당당(堂堂)하고 의연(依然)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5. 다섯째: 노인은 기지(機智)가 뛰어나고 지혜(智慧)로워 고난(苦難)을 극복(克服)할 수 있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어떻습니까? 예전에는 노인을 어른으로 대우(待遇)했고 또는 경험(經驗)이 많은 스승으로 존경(尊敬)했습니다. 그러나 차츰 세상(世上)이 변(變)하여 노인을 거추장스럽고 귀찮은 존재(存在)로 취급(取扱) 당하는 것은 노인들이 이 다섯 가지를 모르거나 알면서도 실행(實行)에 옮기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노인의 멋은 기품(氣稟)이요, 성찰(省察)입니다. 성찰 또는 반성(反省)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닙니다. 생각이 깊은 어른이 젊은이들에게 물려주는 아름다운 유산(遺産)과도 같은 것입니다.

사람은 제각각 ‘세 개의 나’를 지니고 산다고 합니다. 하나는 내가 나를 보는 나이고, 둘은 남이 나를 보는 나이며, 셋은 남이 보는 나와 내가 보는 나의 차이(差異)입니다. 그 사이에 끼인 보이지 않는 삶의 방법(方法)에 따라 이 ‘세 개의 나’가 크게 다르고 그 사람의 인격(人格)과 형성(形性)을 좌우(左右)하게 됩니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늙어감에 따라 외모도 가꾸고 내면(內面)도 닦아 품위(品位)를 키우고, 사람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살면 얼마나 좋을까요? (덕산 김덕권 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