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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곰의하루

고령층의 집단 자살, 또는 할복? 본문

노인학

고령층의 집단 자살, 또는 할복?

설악산곰 2023. 3. 19. 06:07

이런 과격한 주장을 펼친 사람은 일본 도쿄대 출신의 미국 예일대 교수인 나리타 유스케(成田悠輔·37)다. 그가 몇 년 전부터 인터넷 방송 등에서 해 온 주장을 최근뉴욕타임스가 집중 조명하면서 나리타 교수는 ‘학계의 문제아’로 떠올랐다. 그러나 정작 일본에선 나리타 교수의 이번 발언이 충격적이지 않다는 분위기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아소 다로(麻生太郞·82) 자민당 부총재는 7년 전, 자신도 75세였던 때 이런 말을 했다.“90세가 넘어서도 ‘노후가 걱정된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언제까지 살아 있을 건가’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았던 일본 영화 ‘플랜75’는 국가가 75세 이상의 일본인들에게 안락사를 권한다는 내용이었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의  일본어판 칼럼니스트인 후지사키 마사토(藤崎剛人)는 일본 사회에 이런 ‘노인 차별’이 만연해 있음을 지속적으로 비판해 왔다. 그는 노인 차별이 나이·성별·민족 등에 따른 차별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그런데 여기서 궁금한 점. 도대체 일본인들은 무엇 때문에 ‘노인 혐오’를 대놓고 거론하는 것일까. 이는 과연 일본만의 문제일까.

나리타 교수에 따르면 자신의 ‘노인 집단자결’ 발언은 ‘세대교체’의 은유적 표현이었다. 하지만 후지사키는 이에 대해 “안이한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런 표현을 놓고 폭소하는 일본인들의 정신세계를 들여다보자고 했다. 경제 불황과 저출산·고령화로일본의 쇠퇴 기류가 뚜렷해지는 상황에서 이런 증오 표현이 판치게 놔두는 건 사람들에게 ‘증오를 입 밖으로 내뱉어도 괜찮다’는 면죄부를 줄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그가 보기에 노인 혐오의 바탕엔 ‘세대 간 격차론’이 깔려 있다. 그런데 세대 격차론엔 허점이 많다. 실제로 금융자산의 대부분을 고령자가 보유하고 있는 등 일본에‘부의 쏠림’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퇴직금의 영향이 크다는 게 후지사키의 설명이다. 또 생활보호대상자인 고령자 세대도 상당수 존재한다는 것을 일본인들은 잊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고령자에게 주는 복지를 축소해 젊은 세대의 짐을 덜어주자는 의견 역시 근시안적이라고 그는 반박했다. “고령자 복지를 줄여 부모 부양을 자녀 책임으로 해버리면 현역 세대에게 또 다른 부담을 주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정 나이 이상이 되면 선거에서 표의 가치를 깎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지만, 이는 “(헌법에 보장된) 참정권의 평등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후지사키는 일축했다.

그는 ‘세대 간 격차’논란은 결국 인간의 기본권을 무시하는 극단적인 결과로 향한다고 경고했다. 독일의 나치 정권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생활을 하는 독일인들을 구제하겠다는 명목으로 유대인을 탄압했다. 일본 사회에 여유가 사라져 가면서 나이나 성별, 민족 등 인간의 특정한 속성을 희생양으로 삼는 증오 표현은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발신하는 측이 이런 선동을 제어할 수 없다면 이를 수용하는 시청자 측이 나서서 제어할 수밖에 없다”고 그는 호소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노인 세대를 ‘사회적 짐’으로 여기면서 공공연하게 비난하게 된 배경엔일본의 경제적 번영기 즉 ‘버블 경제’를 누린 세대와 버블 경제가 붕괴한 후 길게 이어진 불황에 치인 세대가 경험한 극과 극의 현실이 도사리고 있다. ‘집단 자결론’의 표적이 된 70대 이상의 노인들을 일본에선 전후 베이비붐 세대를 뜻하는‘단카이(團塊) 세대’라고 부른다. 이들에 대해 젊은층이 가진 이미지는 이렇다. ‘전쟁이 끝난 평화로운 시대에 태어나 자유를 만끽하며 젊은 시절을 보냈다. 사회생활을 하던 시기엔 경제 호황 속에서 높은 임금과 평생 고용의 수혜를 한몸에 받았다. 은퇴한 이후엔 높은 연금을 또박또박 받으며 노후를 즐긴다.’ 일본 중년층에선 단카이 세대를 놓고 사회의 단물을 빨아 개인적인 풍요를 누린다는 의미에서 ‘먹튀 세대(逃げ切り世代)’라는 조어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반면에 이들의 자녀들은 ‘취업 빙하기 세대’로 불린다. 이 세대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버블 경제가 붕괴한 후인1993~2004년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활동에 뛰어들었지만 상당수가 비정규직 등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했다. 이후에도 장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대부분은 재기의 기회를 갖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에 노출돼 살아왔다.2023년 현재 41~52세의 중년이다.’ 그러다 보니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윗 세대는 꿀을 빨았는데 왜 우린 이렇게 힘들게 사는가’라는 자조와, ‘꿀 빤 세대의 노후를 우리가 책임져아 하는가’라는 불만이 일본 사회에 점점 쌓여 왔다. 이들 세대 간 갈등의 방아쇠를 당길 계기가 이른바 ‘2025년 문제’다. 2년 후인 2025년에는 810만 명에 달하는 단카이 세대 전체가 고령자의료확보법의 적용 나이인 75세 이상이 된다. 이들의 연금이나 의료비를 감당하기 위해선 현역 세대의 사회보장 부담이 급증할 수 밖에 없다. 이하생략 (출처, 중앙일보 이영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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