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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곰의하루

2023 부처님 오신날 전(前)날에...“그때 왜 우리가 나라를 뺏겼는지 처절히 돌아봐야” .. 성파 스님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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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부처님 오신날 전(前)날에...“그때 왜 우리가 나라를 뺏겼는지 처절히 돌아봐야” .. 성파 스님

설악산곰 2023. 5. 26. 02:22

“벽에 틈이 생기면 바람이 들어오고(벽극풍동 壁隙風動), 마음에 틈이 생기면 마가 침범해요(심극마침 心隙魔侵). 틈이 무엇인고 하니 분열이라.” 불기 2567년 부처님오신날(27일)을 앞두고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성파 스님이 한국 사회에 죽비를 내렸다. 지난 11일, 경남 양산 통도사에서 만난 성파 스님은 “정치권도 국민도 조금의 양보도 없이 자기만 옳다 우기며 싸우고 있다”며, “맹수들이 사방에서 노리는 지금 정신을 바짝 차려도 모자란데 갈수록 분열만 깊어져 걱정”이라고 했다.  한일 관계에 대해서도 “언제까지 과거에 매달려 친일,친일 할 건가. 그때 왜 나라를 빼앗겼는지 처절히 돌아보고 이를 거울삼아 힘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불교계에서는 옻칠 민화와 ‘16만 도자(陶磁)대장경’을 만든 예술가로, 버려진 장독 5000개를 모아 전통 방식으로 된장 간장을 담는 기인으로 이름난 성파 스님은, 정치나 시국에 관해서는 “나는 아는 게 없다”며 말을 삼가 온 대표적 선승(禪僧)이다. 작년 3월 종정으로 추대됐을 때도 사전에 준비한 원고는 “올라오는 동안 싹 잊어버렸다”며 즉석에서 법문을 하는 파격으로 화제가 됐다. 스님은 올해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대담집 ‘일하며 공부하며 공부하며 일하며’ (샘터)를 출간했다.

(경험도, 지식도 지나간 것은 제로) “이번 부처님 오신 날에는 서울로 오시지 않는다고요.” “통도사에 있어요. 총무원장이 있으니 내가 굳이.”“봉축 법문은 올려보내셨지요?” “특별한 말도 없어요(웃음).” 성파 스님은 15일 낸 봉축 법어에 ‘이 세상 고통은 사랑과 자비의 헌신 없이는 줄어들지 않고, 중생의 고통을 제 몸에 담는 비원(悲願) 없이는 구제되지 않는다’고 했다.

“종정으로 취임하실 때 즉석에서 법문을 하셨다지요.” “나는 할 말이 없어요. 아는 것도 없고요. 요새는 초등학교 아이들이 더 많이 알잖아요? 모두 고등교육 받은 지식인이고, 외국물도 많이 먹고요. 우리처럼 나이도 많고 산에 사는 사람은 우물 안 개구리지요.” “학교에서 그토록 배웠어도 진심으로 알고 깨친 것이 무엇이냐는 질책으로 들립니다만.”“절대 그렇지 않아요. 세상 밖을 모르니 남에게 이래라저래라 말고, 내 할 일이나 잘하자는 것이지요.” “종정 추대 법회에서는 ‘경험 많다, 아는 것 많다고 생각하지 말고 초발심으로 돌아가자’ 하셨습니다.” “그 또한 내게 하는 말이에요. 나는 아무리 나이를 먹고 연륜을 거듭해도 경험이 많다, 지식이 쌓인다는 생각을 하지 않아요. 지나간 거는 제로(Zero)라. 그래서 항상 지금이 시작이에요.” “오늘을 함부로, 허투루 살지 말라는 뜻인가요.” “촌음을 아껴 쓰라는 말이 있지요?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아까운 시간이냐. 책을 한 줄 더 읽든지, 밭에 나가 풀을 매든지 간에 시간을 허비하지 말라는 거예요.”

“그래서인지 한시도 일을 놓지 않는 스님의 손은 두툼한 근육이 잡히는 ‘일꾼의 손’이라고 합니다.” “내가 가만히 누워 있어도 시간은 흘러가요. 자연이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시도, 1초도 쉬지 않고 움직이지요. 일도, 공부도 마찬가지라. 간단(間斷)이 있으면 물이 새고 정진이 되지 않아요.” “’나는 500살 인생을 산다’고도 하셨어요. “어느 분야든 장인이 되려면 최소 50년이 걸리는데 나는 시간은 없고 여러 일을 한꺼번에 해야 하니 융단폭격, 동시구진법을 썼지요(웃음).” “속세에선 이를 일 중독이라 합니다.” “일을 공부라고 생각하면 일 중독이 아니에요. 일하면서 배우니 즐겁고요. 봄이 오면 꽃이 억지로 피는 게 아니듯 말이지요. 책 공부가 별건가?” ‘발길 닿는 곳이 학교이고 만나는 사람이 스승이다’ 라는 대목도 와 닿았습니다.” “급해서 나온 자구지책이라. 요즘 사람들은 학교도 가고 좋은 대학도 가야지요. 나는 (전쟁과 가난으로) 그리 못 했으니 괜히 어깃장을 놓는 거예요(웃음).”

(죽기로 작정하듯이 살기를 작정하면) “전쟁과 인플레로 세계 경제가 어렵고 서민들 삶이 피폐합니다.” “원인 없는 병이 있나요. 인과응보. 고통의 원인을 찾아내 그걸 치료해야겠지요.” “청년들은 취업난, 주거난 등으로 힘들어합니다.” “나는 전기 없고 전화도 없던 시절에 살아서 그런지 (청년들 얘기를 하면) 자꾸 말이 막혀요. 내가 왜정을 겪고 6·25를 겪고 학교도 다닐 수 없던 배고픈 시절을 보내서 그럴 거예요.” “지금이 그렇게 힘든 시대가 아니라는….” “직장이 없다고 하잖아요. 여기는 일손이 없어서 난리예요. 그런데 젊은이들은 그 일은 내가 할 일이 아니니까 못 하겠다고 해요. 시골에선 외국인 노동자들 아니면 농사도 못 짓고 아무것도 안 되는 판인데요. 그러니 얼마나 답답해요.”

“그런데 오늘 아침에도 전세 사기 때문에 30대 청년이 또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죽기로 작정하듯이 살기를 작정하면 이겨낼 수 있어요. 죽기보다 어려운 일이 없는데 그걸 선택한다면 못 살 이유도 없지요. 죽을 힘을 다했다는 말이 있지요? 죽을 힘을 다하면 안 되는 일이 없어요. 죽을 만큼 결심하고 살기를 택하면 모든 것이 해결됩니다.” (이하생략) (출처,조선일보 김윤덕이 만난 조계종 종정 성파 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