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4/10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ags
more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설악산곰의하루

멸종 위기종 2급 순채꽃 보러가기 본문

좋은글

멸종 위기종 2급 순채꽃 보러가기

설악산곰 2023. 6. 14. 05:40

얼마 전 순채와 각시수련을 보러 강원도 동해안에 갔다. 순채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습지에서 흔하게 자란 수생식물이었다고 한다. 요즘엔 연못 자체가 줄면서 제주도와 강원도 동해안 일부 지역 등 10곳 정도에서만 자라는 귀한 식물이 됐다. 그동안 수목원에서, 그것도 잎만 본 터라 ‘드디어 순채 꽃을 보는구나’ 기대감에 설렜다.

순채는 어항마름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와 일본 등에 분포한다. 잎이 피려고 할 때 어린잎과 어린 꽃송이는 우무(끈끈한 물질)질의 투명하고 말캉거리는 물질로 덮여 있다. 약으로 쓰거나 순채국으로 끓여 먹은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라고 한다. 완전히 자란 잎은 갈라지는 부분이 없는 타원형이다.

그런데 동해안 가기 전에 설악산 등선대에서 시간을 지체한 것이 문제였다. 등선대에서 산솜다리·털개회나무 등을 보느라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서둘러 등선대에서 내려와 점심도 미룬채 강원도 고성, 순채가 자생하는 호수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2시쯤이었다. 호수엔 순채 꽃이 한 송이도 보이지 않았다. 이미 다 수면 아래로 내려가 버린 것이다. 동글동글한 타원형 순채 잎이 바람에 유유히 움직이는 것을 보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순채 잎. 동글동글한 타원형이 순채 잎이다. 순채 꽃은 아침에 피었다가 정오~오후 1시쯤 물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그렇더라도 오후2시까지 가면 게으른 꽃 한두 송이는 남아 있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한번 들어간 순채 꽃은 다음날 아침에나 다시 나오니 늦게 온 것을 후회할 뿐 어쩔 도리가 없었다. 순채 꽃을 찾다가 노란 통발 꽃을 보는 행운이 있었지만 순채 꽃을 못본 아쉬움을 달랠 수는 없었다.)

꽃이 일정한 주기로 피었다 졌다를 반복하는 것을 수면운동(睡眠運動)이라고 한다. 꽃이 수면운동을 하는 이유는 계속 피어 있으면 에너지 효율이나 위험 노출 측면에서 불리하기 때문에 수분 매개체가 활동하는 시간에 맞추어 꽃이 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순채 꽃은 아예 물에 잠겼다가 상승하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순채는 2cm 안팎의 홍자색 꽃이 이틀에 걸쳐 핀다고 한다. 첫날엔 암술이 성숙한채 피었다가 오후에 가라앉고 그 다음날은 수술이 가득한 꽃잎을 펼쳤다가 역시 오후에 가라앉는다. 자가수정(암술이 같은 식물체 꽃가루를 받아 수정하는 것)을 막기위해 암술과 수술이 시차를 두고 성숙하는 것이다.

늦은 점심을 먹고 이번엔 각시수련을 보러 인근 연못을 찾았다. 각시수련은 제대로 피어 있었다. 각시수련은 전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분포하는 식물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황해도와 강원도 고성에서만 자생해 멸종위기종 Ⅱ급으로 지정했을 정도로 희귀한 종이다. 어쩌다 수목원 웅덩이에서 각시수련을 기르는 것을 볼 수도 있다. 각시수련. 멸종위기종 Ⅱ급인 귀한 꽃이다.

고요한 숲속 연못에 핀 각시수련은 감동적일 정도로 예뻤다. 저수지 군데군데에 작은 팩맨 모양의 잎들을 띄우고 그 사이에 하얀 각시수련 꽃이 꽃잎을 활짝 펼치고 있었다. 4장의 꽃받침은 녹색을 띠어 하얀색 꽃과 수면 사이에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특히 바람이 불지 않은 잔잔한 숲속 연못에 깔끔한 인상의 각시수련이 가득 피어 있는 모습은 선경(仙境)을 보는듯 해서 마음이 숙연해지기까지 했다.연못 가득 피어 있는 각시수련 무리. 강원도 고성 숲속 연못에 핀 각시수련.

각시수련은 순채와는 반대로 정오쯤 물 바깥으로 꽃대를 올리기 시작해 오후 2~3시쯤에는 완전히 핀다. 수련 종류답게 저녁이 되면 다시 꽃잎을 다문다. ‘수련(睡蓮)’이라는 이름이 밤에 잠을 자는 연꽃이라는 뜻이다. 순채와 숨바꼭질이라도 하는 것일까.

각시수련은 수련에 비해 꽃은 지름 3cm 이하, 잎은 직경 6 cm 이하로 작다. 수련은 꽃의 경우 10 cm, 잎은 20 cm 이상으로 크다. 각시수련이라는 이름은 수련 중에서 작고 예쁘다는 뜻에서 붙인 것이다. 각시붓꽃, 각시투구꽃 등이 이런 이유로 ‘각시’가 붙었다. 수생식물 공부의 시작은 연꽃과 수련을 구분하는 것이다. 잎과 꽃이 수면에 붙어 있는지, 떨어져 있는지 보는 것이 구분 포인트다. 연꽃은 잎과 꽃이 수면에서 높이 솟아(30cm 이상) 있지만, 수련 잎과 꽃은 수면에 바로 붙어 있다. 아직 연꽃은 피지 않았지만 수련 꽃은 피기 시작했다. 곧 한여름 수생식물의 세상이 올 것이다. (출처, 조선일보 김민철 논설위원 꽃 이야기) 나의 고향 강원도 고성의 보물 순채꽃이야기. 김민철 논설위원님 감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