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곰의하루
소첩은붉은연꽃될터이니 낭군은꽃아래물결되어오래오래사랑하며삽시다 본문
소첩은붉은연꽃될터이니 낭군은꽃아래물결되어오래오래사랑하며삽시다
어가오(漁家傲)
구양수(歐陽脩·1007∼1072)
近日門前溪水漲 근일문전계수창 郞船幾度偸相訪 랑선기도투상방 船小難開紅斗帳 선소난개홍두장 無計向 무계향 合歡影裏空惆悵 합환영리공추창 願妾身爲紅菡萏 원첩신위홍함담 年年生在秋江上 년년생재추강상 重願郞爲花底浪 중원랑위화저랑 無隔障 무격장 隨風逐雨長來往 수풍축우장래왕
요사이 대문 앞 개울물 불어났을 땐, 낭군의 배 여러 번 몰래 찾아왔었지요. 배가 작아 붉은 장막은 펼칠 수 없고요. 어쩔 도리 없이, 짝을 이룬 연꽃 그림자 아래서 하염없이 슬퍼하고만 있답니다. 원컨대 소첩이 붉은 연꽃이 되어, 해마다 가을 강 위에 돋아났으면. 낭군 또한 꽃 아래 물결이 되어, 아무런 장애 없이, 바람 따라 비 따라 오래오래 서로 오갈 수 있었으면.....‘어가오(漁家傲)’ 구양수(歐陽脩·1007∼1072)
개울물이 불어났을 때 남자는 배를 저어 여자의 집을 들락댔지만 물이 빠지면서 뱃길이 막히자 둘은 밀회가 어려워졌다. 배가 작아 장막을 설치할 수도 없으니 둘만의 공간이 사라진 지금, 여자는 속수무책 슬퍼하고만 있다. 이 애타는 연모를 어떻게 달래야 하나. ‘소첩은 연꽃이 되고 낭군은 꽃 아래 물결이 되어 오래도록 서로 오갈 수 있기를’ 기도할 수밖에. 당시의 기준으로 보면 제법 외설스럽기까지 한 이 노래는 시인의 창의적 발상이라기보다는 민가를 모방했을 개연성이 크다.
그렇더라도 추호의 숨김도 망설임도 없는 여인의 농염한 연가(戀歌)가 예교와 도를 강조했던 유학자의 입에서 흘러나왔다는 건 아무래도 서먹스럽다. 바로 여기에 시와 구별되는 사(詞)만의 특징이 있다. 예나 지금이나 노래 가사는 사랑, 이별, 연모 따위를 담아내는 게 제격. 시가 문재(文才)를 가늠하는 정통문학이라면 사는 오락과 유흥의 수요에 부응하는 통속문학으로 치부했다. 과거시험에서 사가 제외된 이유일 것이다. 구양수, 소동파 등은 이런 점에서 아속(雅俗)을 넘나드는 대문호라 할 만하다.(출처, 동아일보. 글 이준식 성균관대명예교수) 설악산곰의 바람입니다.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고장 7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청포도 (이육사) (0) | 2023.07.07 |
---|---|
독소(獨笑)독소(獨笑) 혼자 웃자! 혼자 웃자! (0) | 2023.06.21 |
고단(孤單)한 삶? (0) | 2023.06.16 |
이해인 수녀님의 ‘꽃잎 한 장처럼’ (1) | 2023.06.14 |
봄이면 생각나는 시인(詩人)...김소월 (2) | 2023.05.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