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곰의하루
배운 사람과 못 배운 사람 이야기 본문
배운 사람과 못 배운 사람 이야기. 군대 가기 전, 저는 신촌의 한 술집에서 서빙 알바를 했습니다. 한 번은 테이블 주문을 받는데, 한눈에도 명품으로 치장한 남녀가 앉아 있었습니다. 그날따라 손님이 많았습니다. 제가 아마 주문을 잘못 이해했었던 것 같습니다.그 테이블에 잘못된 안주가 나갔습니다. 그러자 남자는 대뜸 저를 째려보며 욕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아 ㅆㅂ" 그러자 여자가 덩달아 한마디를 했습니다. 그 말이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ㅆㅂ. 이래서 못 배운 것들은 안된다니깐. 음식 주문하나 제대로 못 받잖아. 짜증 나 오빠. 내가 여기 오지 말자고 했지?" 순간, 얼굴이 빨개지면서, 온갖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못 배웠는지, 잘 배웠는지 그들이 어떻게 안단 말인가? 내가 이런 말을 들어도 되는 사람이던가? 한참 심란할 때였습니다. 저는 많이 당황했습니다. 시뻘게진 얼굴로 이내 여러번 사과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손님. 죄송합니다. 빠르게 다시 가져오겠습니다"
그렇게 허둥지둥 중일 때, 옆 테이블의 어떤 나이가 드신 부부가 조용히 저를 불렀습니다. "오히려 잘 되었네요. 저희가 그 안주 시키고 싶었어요. 이 테이블에 놓아 주세요" 아직도 기억나는데, 그 테이블에는 아직 다 먹지 않은, 같은 안주가 놓여 있었습니다. 그저 고마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손님" 그분들에게 안주를 드리면서 이내 감사 인사를 올렸습니다. 그 노부부는 그저 씽긋 웃을 뿐이었습니다.
30분 정도 지났을까요? 노부부가 계산을 하고 나가시면서 저에게 쪽지를 건넸습니다. 그 쪽지에는 세련된 필기체로 이런 글자가 적혀 있었습니다. "당신이 배운 사람입니다" 그 쪽지를 너무 오래 봤을까요. 눈물이 앞을 가린걸까요. 고개를 들어보니 그분들은 이미 자리를 떠나고 없었습니다. 그 쪽지는.. 그럼에도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그 쪽지가 그 시절의 나를 살아 있게 했습니다. 저는 그 쪽지를 한동안 간직했던 것 같습니다. 같은 말이지만 누군가의 말은 사람을 살리고, 누군가의 말은 사람을 죽입니다. 우리가 말을 하는 것은 침묵보다 낫기 때문입니다. 내가 어떤 사람이 되는가는 나 자신에게 달려 있습니다.내가 사용하는 언어가 나의 수준이고 나의 품격입니다.
어제 읽은 지광스님의 글에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여러분 마음 가운데 무한한 땅이 있음을 아세요? 내가 만나는 사람 모두 내가 씨를 뿌려야 하는 나의 밭입니다. 좋은 말의 씨앗, 좋은 생각의 씨앗, 좋은 행동의 씨앗을 뿌리고 거두세요. 세상은 온통 나의 따사로운 씨앗이 뿌려지길 기다리는 무한한 밭이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 (좋은글, 방초님의 블로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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