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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곰의하루

주춧돌... 덤벙 주초(柱礎) "세상은 그렇게 덤벙덤벙 사는 것이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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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춧돌... 덤벙 주초(柱礎) "세상은 그렇게 덤벙덤벙 사는 것이다"

설악산곰 2024. 5. 4. 04:30

​둥글넓적한 자연 그대로의 돌을 다듬지 않고 건물의 기둥 밑에 놓은 주춧돌을 "덤벙 주초"라고 부른다. 어느 날 오랜만에 내 얼굴을 본 할머니가 물으셨다. "얼굴이 왜 그렇게 어둡냐?" 할머니는 한쪽 눈을 실명하셨고, 목소리를 통해 사람을 분간하실 정도로 다른 쪽 시력도 안 좋은 상태였다. 그런 할머니의 눈에 손자의 힘든 얼굴이 비친 모양이다. "너무 걱정 마라 때가 되면 다 잘 풀릴 거니께 세상은 덤벙덤벙 사는 거니라"… 어떤 위로의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지치고 힘든 나였다. 하지만 덤벙덤벙 살라는 말은 꽤 인상적으로 마음에 꽂혔다.​ 물론 그게 어떤 삶인지는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그리고 몇 년이 흘렀다.

책을 읽다가 우연히 "덤벙 주초"란 것을 알았다. ​강원도 삼척에 '죽서루'라는 누각이 있다. 특이한 것은 그 누각의 기둥이다. 터를 반반하게 고르는 대신 터에 맞게 기둥의 길이를 달리 한 것이다. 길이가 다른 17개의 기둥으로 만들어졌다. '숏다리'도 있고 '롱다리'도 있다. 이렇게 초석을 '덤벙덤벙' 놓았다 해서 "덤벙 주초"라고 불린다. ​순간 할머니의 말씀이 떠올랐다. "세상은 덤벙덤벙 사는 거야"… ​터를 반반하게 고르는 대신 터에 맞게 기둥의 길이를 달리 놓을 줄 아는 여유가 놀랍다. ​그래서 할머니의 말뜻을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세상은 평탄하지 않다. 반반하게 고르려고만 하지 마라…. ‘덤벙 주초'처럼 그때그때 네 기둥을 똑바로 세우면 그만이다.

​그렇다. 세상은 언제나 가만있지 않고 흔들거린다. 흔들리는 세상에서 중심을 잃지 않으려면 마음의 기둥을 잘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서​둘지 말고 조급하지 말고 욕심부리지 말고 남과 비교하지 말고 자기만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현명한 인생길이 아닌가 싶다. (좋은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