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4/09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Tags
more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설악산곰의하루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 본문

좋은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

설악산곰 2024. 8. 17. 02:46

남편이 죽었다. 결혼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교통 사고로 사랑하는 남편이 저 세상 사람이 되었다. 새벽에 경부고속도로에서 대형 트럭이 남편의 차를 들이받아 버린 것이다. 눈물도 나지 않았다. 정신이 없는 가운데 장례를 치렀다. 많은 사람들이 위로의 말을 건네며 남편의 죽음을 기정 사실화했으나.. 인정할 수가 없었다. 여름 휴가 때 첫 아들을 안고 고향의 바닷가를 찾자고 하던 말만 떠올랐다. 그녀는 임신 중이었다. 도대체 하느님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정말 원망스러웠다. 가난했지만 착한 마음으로 열심히 세상을 살려고 노력하던 남편이었다.

다니던 교회에도 발길을 끊었다. 그리고 고통 가운데 해산을 했다. 남편이 바라던 대로 아들이었다. 그녀는 아들을 안고 남편의 고향을 찾았다. 동해가 보이는 산자락에 남편은 잠들어 있었다. 그녀는 포대기를 열어 남편이 잠든 무덤을 아기에게 보여주었다. 파도 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남편을 일찍 데려간 하느님이 다시 원망스러웠다. 아들을 얻은 기쁨보다 남편을 잃은 슬픔이 더욱 컸다.

"오늘이 주일인데 왜 교회에 가지 않느냐?" 산을 내려오자 시아버지가 그녀를 불렀다. 정이 넘치는.. 햇살같이 따스한 음성이었다. "나가기 싫어서요, 아버님." "왜?" "그이를 일찍 데려간 하느님이 원망스러워요." "이렇게 어여쁜 아들을 주셨는데도?" "네, 그래도 원망스러워요." 그녀가 말도 채 끝내지 못하고 눈물이 글썽해지자.. 시아버지가 그녀를 마당 앞 꽃밭으로 데리고 갔다. 꽃밭에는.. 장미와 달리아, 채송화와 도라지꽃 등이 활짝 피어있었다. "여기에서 꺾고 싶은 꽃을 하나 꺾어 보거라." 시아버지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그녀는 가장 아름답게 핀 장미꽃 한 송이를 꺾었다.그러자 시아버지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것 봐라, 내 그럴 줄 알았다. 우리가 정원의 꽃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을 꺾어 꽃병에 꽂듯이.. 하느님도 가장 아름다운 인간을 먼저 꺾어 천국을 장식한단다. 얘야, 이제 너무 슬퍼하지 마라." (하늘바래기 님의 좋은글 중에서)

인간의 정... 꽃은 피어날때 향기를 토하고 물은 연못이 될 때 소리가 없다. 언제 피었는지 알 수 없는 정원의 꽃은 향기를 날려 자기를 알린다. 마음을 잘 다스려 평화로운 사람은 한 송이 꽃이피듯 침묵하고 있어도 저절로 향기가 난다. 한평생 살아가면서 우리는 참 많은 사람을 만나고 참 많은 사람과 헤어진다. 그러나 꽃처럼 그렇게 마음깊이 향기를 남기고 가는 사람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인간의 정이란 무엇일까? 주고 받음을 떠나서 사귐의 오램이나 짧음의 상관없이 사람으로 만나 함께 호흡하고 정이 들면서 더불어 고락도 나누고 기다리고 반기고 보내는 것인가?

기쁘면 기쁜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또 아쉬우면 아쉬운 대로 그렇게 소박하게 살다가 미련이 남더라도 때가 되면 보내는 것이 정이 아니던가? 대나무가 속을 비우는 까닭은 자라는 일 말고도 중요한 게 더 있다고 했다. 바로 제몸을 단단하게 보호하기 위해서 대나무 속을 비웠기 때문에 어떠한 강풍에도 흔들릴 지언정 쉬이 부러지지 않는다고 했다. 며칠 비워둔 방안에도 금세 먼지가 쌓이는데 돌보지 않는 마음 구석안은 오죽 하겠는가 누군가의 말처럼 산다는 것은 먼지를 닦아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김재진)

 

 

'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면서....  (0) 2024.08.18
행복(幸福)의 시작(始作)  (0) 2024.08.17
균형(均衡)을 이루는 다름  (0) 2024.08.17
올림픽, 차별 없는 세상으로 향하는 축제  (0) 2024.08.16
광복절  (0) 2024.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