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곰의하루
청마(靑馬) 유치환(1901~1967)의 그리움 본문
그리움
청마(靑馬) 유치환(1901~1967)
오늘은 바람이 불고
나의 마음은 울고 있다.
일찍기 너와 거닐고 바라보던
그 하늘 아래 거리언마는
아무리 찿으려도 없는 얼굴이여.
바람 센 오늘은 더욱 너 그리워
진종일 헛되이 나의 마음은
공중의 깃발처럼 울고만 있나니
오오, 너는 어디메 꽃같이 숨었느뇨.
‘그리움’은 유치환 선생의 첫 시집 ‘청마시초(靑馬詩抄)’(1939년)에 수록된 시.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라고 노래했던 바위의 시인이, 남성적이고 의지적인 시로 유명한 청마 선생이 쓴 서정시다. 너를 잃고 “공중의 깃발처럼 울고만” 있다는 표현이 절절하다. 푸른 말처럼 뛰놀던 젊음. 꽃 같은, 꽃처럼 아름다웠던 아이들이 죽었다.
바위
유치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린(愛隣)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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