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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곰의하루

5월의 시(詩) .... 5월도 흘러가고 있습니다 본문

좋은시

5월의 시(詩) .... 5월도 흘러가고 있습니다

설악산곰 2023. 5. 16. 05:10

                   5월의 시

                                                                           이해인

풀잎은 풀잎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축복의 서정시를 쓰는 오월
하늘이 잘보이는 숲으로 가서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게 하십시오
피곤하고 산문적인 일상의 짐을 벗고당신의 샘가에서 눈을 씻게 하십시오
물오른 수목처럼 싱싱한 사랑을
우리의 가슴속에 퍼올리게 하십시오
말을 아낀 기도속에 접어둔 기도가
한송이 장미로 피어나는 오월
호수에 잠긴 달처럼 고요이 앉아
불신했던 날들을 뉘우치게 하십시오

은총을 향해 깨어있는 지고한 믿음과
어머니의 생애처럼 겸허한 기도가
우리네 가슴속에 물 흐르게 하십시오
구김살 없는 햇빛이
아낌없이 축복을 쏟아내는 오월
어머니 우리가 빛을 보게 하십시오
욕심 때문에 잃었던 시력을 찾아
빛을 향해 눈뜨는 빛의 자녀가 되게 하십시오

연둣빛 이파리를 가득 단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립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헐벗었던 창밖의 저 나무들은 언제 저렇게 잎을 틔웠을까요? 새들이 지저귑니다. 하늘은 파랗습니다. 구름은 하얗습니다. 벌써 아카시아가 피기 시작했네요. 곧 향긋한 꽃내음이 온 산을 뒤덮을 겁니다.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 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다 아직 세상의 때에 물들지 않은 말간 얼굴의 젊은 계절을 이렇게 읊은 시인은 피천득입니다. 비취처럼 빛나는 오월을 사랑한 그는 노래를 이렇게 이어갑니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신록을 바라다 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오월을 가장 반기는 건 어린이날 선물 받을 기대에 가득 찬 아이들인 것 같지만, 오월의 소중함을 알고 푸르른 매 순간을 즐기게 되는 나이는 중년 이후가 아닌가 합니다. 오월은 생명의 계절, 아직 성장할 시간이 남았다는 징후, 늙음과 죽음을 잠시나마 잊게 되는 환상의 시간이니까요. 그렇지만 시간은 흘러갑니다. 청춘이 영원하지 않듯, 오월도 찰나에 불과하지요. 그래서 많은 이들이 피천득의 이 시에서 다음 구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하는 건가 봅니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오월 속에 있다 연한 녹색은 나날이 번져가고 있다 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같이 녹음이 우거지리라 주말 내 내리던 비가 그치고, 푸르름이 한 발짝 깊어졌습니다. 시인의 말처럼 “밝고 맑고 순결한 오월은 지금 가고” 있습니다. (글, 조선일보 곽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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