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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곰의하루

나에게도 벼슬 한자리 주세요??...간알시(干謁詩 청탁시) 한편 본문

좋은시

나에게도 벼슬 한자리 주세요??...간알시(干謁詩 청탁시) 한편

설악산곰 2023. 5. 13. 01:34

망동정호증장승상(望洞庭湖贈張丞相)정호를바라보며장승상님에게고함

                                                                                                                맹호연(孟浩然·689∼740)

八月湖水平(팔월호수평) 팔월의 호수, 물은 잔잔한데

涵虛混太淸(함허혼태청) 허공을 담아 하늘인 듯 보이네

氣蒸雲夢澤(기증운몽택) 기운은 운몽택 못물을 찌고

波撼岳陽城(파감악양성) 물결은 악양성을 뒤흔든다

欲濟無舟楫(욕제무주즙) 이 물을 건너가려니 건너갈 배와 노가 없나니

端居恥聖明(단거치성명) 한가히 살아 임금의 은혜에 부끄럽소

坐觀垂釣者(좌관수조자) 가만히 앉아서 낚시꾼을 바라보자니

空有羨魚情(공유선어정) 부질없이 고기가 부러운 마음이 생긴다오

팔월 호수 물이 언덕까지 넘실대고, 허공을 머금은 채 하늘과 섞여 있네요. 수증기는 호면 위로 피어오르고, 물결은 악양성을 뒤흔들 듯. 건너려 해도 배와 노가 없으니, 한가로운 내 삶이 임금님께 부끄럽다오.앉아서 낚시꾼을 보고 있자니, 괜스레 일어나는 물고기 욕심.

호수 언덕과 수평을 이룰 정도로 물이 불어난 8월의 동정호. 물과 하늘이 맞닿은 채 광활한 천지를 이룬다. 수면 위로 증기가 자욱하고 물결은 호반에 인접한 성곽을 뒤흔들듯 넘실댄다. 이 넓고 활기찬 세상으로 대차게 달려나가고 싶지만 아쉽게도 배도 노도 없는 시인. 재능과 포부를 펼치지 못한 채 한가로이 숨어 지낸다는 게 영 마뜩잖다. 낚시질에 전념하는 이들을 바라보면서 부질없이 물고기를 탐내고만 있는 자신이 원망스럽기도 하다. 시는 무심한 듯 동정호의 장대한 풍광을 그리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시인은 활기차게 돌아가는 세상, 이 태평성대의 대열에 동참하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을 숨기지 못한다.

나이나 지위에서는 시인이 승상 장구령(張九齡)에게 못 미치지만 둘은 이미 시로써 친밀하게 교유해온 사이. 시인이 대놓고 청탁하기는 거북살스러웠을 테지만 시를 지어 권력자에게 스스로를 천거하는 건 당 사대부 사회에서는 관행처럼 통용되었다. 이를 간알시(干謁詩)라 했다. ‘자신만은 청탁을 부끄러이 여긴다’라 했던 두보도 여러 차례 고위층에게 간알시를 올렸다. ‘늙은 천리마는 천 리 내달릴 생각만 하고, 굶주린 매는 한 번 불러주기만을 기다리지요. 그대가 조금만 마음 써 주신다면, 초야의 이 사람에겐 충분히 위로가 되지요.’(좌승 위제(韋濟)에게 드린다) 조바심이 컸던 만큼 자존심마저 팽개치게 만든 게 간알시였다.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

저녁노을에 쓴 편지

인생(人生)! 정말 살아보니 별것 아니였습니다. 삶이 대단하고 인생 긴것 같아도 결코 대단 한것도 긴것도 아니랍니다. 내가 팔팔하던 그 시절엔 시간도 더디게 가고 세월도 한 없이 느리게만 가더니, 인생 반환점 돌고나니 다가오고 사라지는 그 시간과 세월이 너무 빨라 마치 인생 급행열차를 타는 듯 했지요. 올라 갈때는 끝없이 먼길 내려올때는 너무나 빠른 지름길. 그것이 바로 인생의 시계이자 삶의 달력입니다.

아둥바둥 한 눈 팔지않고 죽도록 일만하고 멋지게, 폼나게, 당당하게 한번 써 보지도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그런 세대가 바로 지금 우리 세대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위로는 엄한 부모님 공경하고 아래로는 오직 자식에게 올인하고, 그것도 모자라 자식의 자식까지 가슴으로 안고 어깨위에 매달면서 온몸이 부서저라 일만 하면서도 “나는 괜찮아” 하는 그 세대가 지금 우리 세대입니다. 인생 그까짓것 정말 별것아니고, 삶 그까짓것 정말 대단한 것 아니고 길 것 같았던 인생 정말 아무것도 아니였습니다.

꽃이 핀 바로 그 자리에 열매가 열리듯, 지는 꽃잎에 황홀한 외로움 스며와도 나는 여기 이 자리에 그대로 있어야겠다. 내가 꽃잎으로 지는 날 올 때까지는 지금 있는 이곳에서 오래도록 흔들리고 그리워하며 하루하루를 오붓하게 살아낼 것이다. (공상균의 ‘바람이 수를 놓는 마당에 시를 걸었다’중에서)

영랑호  창포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