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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곰의하루

6월부터는 나이에 대한 고정관념이 바뀐다 1 (만 나이로 통일)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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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부터는 나이에 대한 고정관념이 바뀐다 1 (만 나이로 통일)

설악산곰 2023. 5. 29. 03:04

새해가 되면서 다같이 한 살씩 먹는 것. 이는 오랜 세월 동아시아권이 공유한 독특한 전통이었다. 이른바 ‘세는 나이’로서, 태어나면 바로 한 살, 그리고 매년 1월 1일이 되면 한 살씩 누적해 가는 셈법이다. 그러나 중국, 일본, 베트남, 북한 등은 19, 20세기 혁명이나 식민지 시기 등을 거치면서 일찌감치 이를 폐지하고 서구식 만 나이로 연령 기준을 통일했다.

올 6월부터 우리도 만 나이로 통일한다. 각자 태어난 날을 기준으로 1년씩을 꽉 채울 때마다 한 살씩 더 먹는 제도다. 1964년 7월생 가상인물 ‘나이순 씨’를 가정하면 나 씨는 이제 우리 나이로 막 예순이 됐지만 6월에 만 나이가 시행되면 쉰여덟(58)이 된다. 7월에 생일을 맞으면 다시 59세가 된다. 2023년 한 해 동안 세 가지 나이로 ‘널뛰며’ 사는 셈이다. 어쨌든 만 나이 시행으로 한두 살 줄어들게 됐으니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다같이 설날 떡국을 먹고 다같이 한 살씩 먹는 것이 이번이 마지막이라니까 왠지 섭섭한 마음도 든다.

우리는 왜 고작 숫자에 불과한 나이에 이토록 예민할까. 나이는 정체성의 주요 요소다. ‘내가 누구인가’를 생각할 때 나이를 빼놓을 수 없다. 나이 정체성은 사회적·문화적 집단 안에서 만들어지고 시대와 문화에 따라 바뀌기도 한다. 이제 노인 또는 청년이라는 호칭은 변화하는 인구 구조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 개념일 수 있다.

‘노인’을 먼저 보자.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는 전쟁 직후인 1955년에서 1974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다. 전반기 베이비붐 세대는 법적으로 노인인 65세를 넘겼다. 하지만 자신을 단순히 ‘노인’이라기보다 ‘베이비붐 세대’로 불러주는 것을 선호한다. 한국의 빈곤율이 가장 높던 시절의 노인과 자신들은 전혀 다른 세대라고 말하고 싶기 때문인지 모른다. 청년의 정의도 흐름에 따라 달라진다. 정부나 지자체의 청년 지원 사업은 청년을 19세에서 34세로 정의한다. 하지만 최근엔 실질적 청년 연령을 이보다 연장된 39세, 또는 45세까지로 보는 경우도 늘고 있다.

사회적 나이의 구분은 ‘고무줄’이라 쳐도 생물학적 나이는 그 한계가 명확하지 않을까. 장수(長壽)의 개념을 보자. 몇몇 과학자들이 인간의 최대 수명은 115세 전후라고 주장하는 논문을 2016년 네이처지(誌)에 발표했을 때 찬반 격론이 팽팽했다. 장수와 관련한 공식 기록들을 살펴보면 이런 주장이 터무니없지는 않다.

공식적으로 기록된 최장수자는 122세 생일을 넘기고 1997년에 사망한 프랑스인 잔 칼망이다. 칼망은 죽을 때까지 비교적 건강하게 지냈고 맑은 정신을 가지고 있었다. 칼망보다 더 오래 살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주민등록 체계가 이루어지지 않은 국가의 경우라서 증명할 길은 없다. 현재 최고령 기록은 일본 119세, 독일 112세, 미국 119세 등이다.

하지만 장수나 인간 수명의 개념조차도 고정적인 것은 아니다. 고대 철학자들 중에는 사람마다 평생의 호흡수나 심장박동수가 정해진 채 태어난다고 믿는 이들도 있었다. 허무맹랑한 것 같지만 이와 유사한 과학적 개념이 있다. DNA의 일부분인 텔로미어(telomere)다. 텔로미어는 한때 노화를 해결할 비밀 열쇠로 기대를 모았다. 현재는 텔로미어의 비정상적 활성화가 노화를 늦추는 것이 아니라 암세포를 만들 수 있다는 정도로 알려져 있다. 장수에 관여하는 유전적 요인은 20∼25%에 지나지 않는다. (글, 한소원 서울대 심리학과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