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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곰의하루

그냥 한 번 (의미없이) 사는 건 싫더라.... 전영애 서울대 명예교수 본문

노인학

그냥 한 번 (의미없이) 사는 건 싫더라.... 전영애 서울대 명예교수

설악산곰 2023. 7. 4. 00:42

“그냥 한 번 사는 건 싫더라” 72세 노학자가 늙어가는 법 “늙는다는 건 자유예요. 남은 시간이 얼마 안 되잖아요. 하기 싫은 건 안 하고,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은 만나지 않습니다. 젊은 시절엔 거절이 그렇게 어려웠는데 말이지요.” 지난달 15일 만난 전영애 서울대 명예교수(독어독문과)는 “늙는다는 건 어떤 것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72세의 노학자다. 은퇴한 지 어느덧 7년째, 그는 경기도 여주에서 ‘여백서원’이란 이름의 ‘책의 집’을 짓고 농부를 자처하며 살고 있다.

대한민국 인구의 평균 나이는 43.5세(2021년), 4명 중 1명은 60대 이상이다. 하지만 늙는다는 걸 인정하고, 반기는 이는 없다. 예순을 눈앞에 둔 유명인은 “마흔은 아직 젊다”고 외치고, 노년내과 전문의는 “누구나 천천히 나이 들 수 있다”고 말한다. 한여름으로 가는 길목, 72세의 노학자를 찾은 건 그래서다. 늙는다는 건 무엇일까? 어떻게 늙어야 할까? 그리고 늙고 있는 나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늙은 사람’은 많다. 굳이 전영애 교수를 찾아간 건 억척스러움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환한 얼굴 때문이었다. 한국전쟁이 한창일 때 태어난 그의 삶이 녹록했을 리 없다. “첫 딸은 살림 밑천”이라고 위로하던 시절, 살림 밑천과 거리가 먼 학문의 길을 간 여성의 삶은 또 얼마나 고단했을까? 그런데도 그는 생의 구김이라곤 없었을 것 같은 맑은 얼굴을 하고 환하게 웃었다. 그렇게 늙은 비결이 궁금했다.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는이, 근심에 찬 여러 밤을 울며 밤을 지새워 보지 않는이, 그대들은 알지 못하리~천상의 힘들이여”

괴테의 소설 『빌헬름 마이스터』에 나오는 시구다. 전영애 교수는 ‘천상의 힘’을 ‘섭리’로 의역한다. 진정으로 감사하고 섭리까지 헤아려 볼 수 있는 힘, 그 힘은 고난을 통해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과감하게 의역할 수 있는 건, 그 역시 눈물 젖은 빵을 먹어봤기 때문이리라. (출처, 중앙일보 에디터 정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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