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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곰의하루

주체 할수없는 봄 ... April Fool 본문

좋은시

주체 할수없는 봄 ... April Fool

설악산곰 2024. 4. 1. 05:21

 

    화원구경 못하는 대신에....(유원불치·遊園不値)                   엽소옹(葉紹翁·1194∼1269)

應憐屐齒印蒼苔(응린극치인찬태)     小扣柴扉久不開(소고시비구불개)     

春色滿園關不住(춘색만원관불주)     一枝紅杏出墻來(일기홍행출장래)

푸른 이끼 위에 나막신 자국이 찍힐까 봐서인가.
가만가만 사립문을 두드려 보지만 오래도록 열리지 않는다.
뜰 가득한 봄기운이야 막을 수 있을쏜가.
발간 살구꽃 가지 하나가 담장을 넘어섰다.

봄의 화원이 궁금했던 시인이 친구네인지 이웃집인지 조심스레 사립문을 두드려 본다. 한데 주인은 도무지 대문을 열어줄 기색이 없다. 부재중인가 아니면 의도적으로 방문을 꺼리는 것인가. 애당초 빗장을 걸어둔 게 한창 푸릇푸릇한 이끼밭을 아끼자는 마음에서 나왔다면 불청객을 반길 리 없다. 괜스레 외인이 풀밭을 휘젓고 다니면서 여기저기 발자국을 남길까 저어해서 그랬을 터다.

주인의 이 갸륵한 정성을 누가 탓하랴. 화원 구경에 실패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발길을 돌리는 순간 시인의 눈길을 끈 한 장면, 살구꽃 가지 하나가 벌써 담장 너머로 고개를 내밀고 있다. 제아무리 빗장을 단단히 질러둔들 그게 다 무슨 소용. 바깥세상이 궁금하기는 발갛게 달아오른 살구꽃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투정하듯 시인이 주절주절 내뱉는 한마디. ‘뜰 가득한 봄기운이야 막을 수 있을쏜가.’ 봄의 정취, 봄의 기운을 억지로 가두려 하지 말고 봄의 향연을 함께 누리자는 권유가 완곡하면서 간절하다.

시 말미에 쓰인 ‘홍행출장(紅杏出墻·붉은 살구꽃이 담장을 벗어나다)’이란 말은 ‘봄기운이 한창 무르익다’는 비유로 쓰는 성어인데 바로 이 시에서 유래했다. 시인의 당초 의도와 달리 요즘은 이 성어가 부정(不貞)한 유부녀의 행실을 빗대는 용어로 더 많이 쓰인다. (이준식이 한시(漢詩) 한수) April Fool 4월은 바보, 거짓말 같은 시절이다. 우리 자연, 꽃과함께 즐기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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