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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곰의하루

마지못해 피는 꽃이 되지 말자 본문

좋은시

마지못해 피는 꽃이 되지 말자

설악산곰 2024. 9. 13. 00:46

마지못해 피는 꽃이 되지 마십시오. 골짜기에 피어난 꽃에도 향기가 있고 버림받은 잡초 더미 위에도 단비가 내립니다. 온실 속에 사랑 받는 화초가 있는가 하면 벌판에서 혹한을 견뎌내는 작은 들꽃이 있습니다. 무참하게 짓밟히는 이름없는 풀잎 하나도 뭉개지는 아픔의 크기는 우리와 똑 같습니다. 계절 없이 사랑 받는 온실속의 화초보다는 혹한을 참아낸 들꽃의 생명력이 더 강합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의미는 뿌리를 살찌우기 위한 대자연의 섭리입니다. 잘났거나 못났거나 선택받은 인생에는 각자에게 부여된 소중한 아름다음이 있습니다.

세상에 사랑 없이 태어난 것 아무것도 없으니 우리가 사랑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사랑한다는 일이 힘들고 괴로워도 마지못해 살아가는 어리석음은 없어야 합니다. 혼자서 걸어가면 머나먼 천리길도 둘이 함꼐 이야기 하며 걸으면 십리길이 됩니다. 고귀하고 값비싼 옷을 걸어 놓는다고 하여 옷걸이의 크기가 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가진 것이 풍족하고 지체가 아무리 높은 사람도 죽음의 골짜기를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하늘의 기준은 우리의 생각과 같지 않으니 하루를 살아도 부끄럼 없는 생명이어야 합니다.

나뭇잎 하나조차 닮은꼴이 없는 까닭은 이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가꾸기 위함입니다. 우리가 겪는 역경이 하늘의 진리라면 초자연적인 순리에 역행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혼자만의 인생이라 단정지음 없이 자신을 사랑하는 작업을 멈춰서는 안됩니다. 되는 대로 마지못해 피는 꽃이 되지 마십시오. 한번뿐인 생명 아무렇게나 살아서도 안됩니다. 가벼운 미소로 시작되는 것이 행복이라면 될 수 있는 한 하나라도 더 사랑을 찾으십시오. 비워진 마음을 사랑으로 채우는 덕목은 당신이 살아가는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답니다. (높이뜨는새 님의 포스팅‘인생은 경쟁이 아닌 여행이다’ 중에서)

   가을바람                                                          이해인

숲과 바다를 흔들다가
이제는 내 안에 들어와
나를 깨우는 바람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를 키워놓고
햇빛과 손잡은
눈부신 바람이 있어
가을을 사네

​​바람이 싣고 오는
쓸쓸함으로
나를 길들이면
가까운 이들과의
눈물겨운 이별도
견뎌 낼 수 있으리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사랑과 기도의
아름다운 말
향기로운 모든 말
깊이 접어두고
침묵으로 침묵으로
나를 내려가게 하는
가을바람이여

​​하늘 길에 떠가는
한 조각구름처럼
아무 매인 곳 없이
내가
님을 뵈옵도록
끝까지 나를 밀어내는
바람이 있어

​​나는
홀로 가도
외롭지 않네.

   가을 길목                                                       여덕주

귀뚜라미 숨어우는
저물녘
땅거미 밝히는데
한 점 바람으로 마주 선
그대 그리고 나

온 이 없고 가는 이 없는
그렁한 달봉재여귀뜰
언덕

마음의 새 한 마리
살며시 가슴으로 묻는 안부는
깊게 담긴 초상

흘러가는 은하수 길에
바람 흐르고 묵묵한 경적이 흐르는
발톱 세운 고독
길섶 빈 그림자만 품에 안기는

이제 저 초원
곡기 끊는 시간이 되고
오색 물감으로 불꽃놀이 벌이면
사랑의 시어를 맺고
목선 띄운 꿈에 들겠죠

우리 둥근 달이 야외 기전에
떨어지는 유성의 어여쁜 사랑 이야기
주우러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