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곰의하루
착각 속에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 본문
같은 나이 또래를 쳐다보면서 난 저렇게 늙진 않았겠지, 하고 생각해 본 적 있습니까? 어느날 이빨 치료를 위해, 치과병원에서 진료 차례를 기다리며 응접실에 앉아 있었다. 주위를 살펴보니 벽에 걸려있는 치과대학 졸업장 패가 있었는데, 그 패에 적혀 있는 의사의 이름이 왠지, 낯설지가 않았다. 갑자기 약 60여년전 고등학교 시절, 나와 같은 반이었던 똑 같은 이름의 친구가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키 크고 멋지게 잘 생겼던 그 소년이 머리속에 떠올랐다.
이 사람이 그 당시에 내가 멋있다고 좋아했던 그 친구인가 하고 곰곰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치과의사를 본 순간 그런 생각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대머리에다, 회색 머리에 주름살이 깊게 나 있는 이 사람이 내 동창생이기엔 너무 늙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혹시나, 하고 검진이 끝난 후 나는 그에게 물어 보았다, "혹시 ㅇㅇ고등학교에 다니지 않았습니까?" 치과의사는 활짝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네! 다녔습니다. 그때 참 재미있었고, 우쭐대며 다녔지요." 내가 다시 물었다. "언제 졸업했습니까?" "1969년, 그런데 왜 그러시죠?"하고 그가 반문했다. 너무나 반가운 마음에 내가 맞짱구를 쳤다. "그럼 우리 반이었네~!"
그러자, 대머리에다 주름살이 가득하고 늙어 빠진, 회색 머리의 그가 나를 자세히 바라보더니 물었다. "잘 생각이 안 납니다만~, 혹시 그 때 어떤 과목을 가르치셨는지요?" 우리는 누구나 본인은 안 늙어가는 것으로 착각하면서 살아갑니다. 나를 선생님으로 보다니...! (방초님의 블로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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