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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곰의하루

지구(地球) ‘온난화’시대 끝나고 ‘열대화’시대? 싱가포르의 국부 리콴유 전 총리는 생전에 ‘20세기 최고 발명품이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주저 없이 “에어컨”이라고 답했다. 싱가포르의 연중 낮 평균 기온은 31도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저서 ‘미국 자본주의의 역사’에서 20세기 초 미국 남부의 경제활동이 활발해진 이유로 에어컨 발명을 꼽았다. 인류는 화석연료를 태워 생산한 전기와 기술 발전의 힘을 빌려 이렇게 더위를 극복했는데, 대신 지구가 열병에 걸렸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7일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의 시대는 끝났다. 지구 열대화(global boiling) 시대가 도래했다”고 선언했다. 펄펄 끓는 지구 기상이변의 위험성을 ‘온난..

오늘이 6·25전쟁 정전(停戰)협정 70년이다. 70년 전 포성이 멈췄을 때 정전협정에 조인한 클라크 사령관은 “나는 승리하지 못하고 정전에 조인한 첫 미국 사령관이 됐다”고 탄식했다. 38선에서 시작된 전쟁이 38선 부근에서 끝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남과 북이 걸어온 상반된 길로 역사의 승패는 너무나 분명하게 갈라졌다. 한국은 자유민주주의를 바탕으로 산업화·민주화에 성공, 세계 주요 7국(G7) 가입을 거론할 정도로 부상했다. ‘단군 이래 최고 극성기(極盛期)’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은 김일성 왕조 독재로 주민이 굶어 죽는 세계 최빈국이 됐다. 영국 BBC방송이 최근 평양에서도 굶어 죽는 사람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10년 전 정전 60주년 행사에서 오바마 미 대통령은 “한국전은 승리한 전쟁..

25일 저녁 중국의 북한 접경 지역인 단둥(丹東)의 창뎬 허커우(長甸河口). 압록강 하류인 이곳에서 중국 관광객 45명과 함께 유람선을 탔다. 여행사의 안내문에는 ‘출경(出境·국외)관광이 아니다’라고 적혀 있었지만, 어느새 배는 북한 신의주 육지로부터 1㎞ 떨어진 지점까지 이동해 있었다. 중국인 여행객은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보이며 “이곳에 오니 자동으로 ‘평양 시각’으로 바뀌었네”라고 했다. 유람선과 나란히 물살을 가르던 8인승 보트는 신의주에서 불과 400m 떨어진 지점까지 붙었다. 여행사 가이드는 “’항미원조(抗美援朝·6·25전쟁)’ 승리 70주년을 앞두고 중·북 관계가 개선되고 교류도 서서히 늘어나면서 이달부터 중국 유람선이 북한 가까이 접근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단둥에선 최근 매일 10여 ..

3김 시대엔 고사성어 정치가 빛을 발했다. 독재와 싸우던 YS는 대도무문(大道無門·민주화로 가는 큰길에는 문이 따로 없다)을, 2인자 정치에 능한 JP는 상선약수(上善若水·물처럼 순리대로 사는 게 최고다)를 남겼다. 사자성어의 압축적 힘이 일상의 언어에서 사라져 가면서 고사(故事) 정치에도 변화가 생겼다. 활용하는 정치인 수도 줄었고, 가끔 등장하더라도 제맛을 못 내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그제 밤 SNS에 아무 설명 없이 ‘과하지욕(袴下之辱)’이라고 썼다. 한고조 유방의 대장군 한신이 젊은 시절 저잣거리 불량배에게 요구받은 대로 사타구니(袴) 밑으로 지나는 굴욕을 견뎠다는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 지금 굴욕은 참겠지만, 훗날 초왕이 된 한신처럼 일어서고야 말겠다는 뜻으로 쓴 듯하다. 하지만 지금이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