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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곰의하루

어쩜 이리도 못났습니까 오말숙 그대 그리워 몇 번이고 홀로 되뇌인 말 어쩌다 종일 중얼거렸습니다. 보고 싶다 말하면 될 것을 그리워 가슴 아프다 하면 될 것을 차마 고백하지 못하는 나. 어쩜 이리도 못났습니까 시린 가슴 부여잡고 울 때 선명한 그대 전화번호에 웅근 손 보이며 숨 멎기도 했는 데. 보고 싶어 너무나 보고 싶어 그대 음성 단 한번만이라도 듣고 싶었노라. 이렇게 말하면 될 것을 끝내 고백하지 못한 나. 이쩜 이리도 못났습니까 사소한 것이 세상을 바꾼다 4 .... 맹인의 등불 어떤 맹인(盲人)이 스승에게 밤늦도록 가르침을 받다가 집을 나서자 스승은 맹인에게 등불을 들려주면서 조심해서 가라고 당부(當付)했습 니다. 맹인은 어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맹인에게 등불이 무슨 소용(所用)이 있느냐고..

임께서 부르시면 신석정(1907∼1974) 가을날 노랗게 물들인 은행잎이 바람에 흔들려 휘날리듯이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호수에 안개 끼어 자욱한 밤에 말없이 재 넘는 초승달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포곤히 풀린 봄 하늘 아래 굽이굽이 하늘 가에 흐르는 물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파아란 하늘에 백로가 노래하고 이른 봄 잔디밭에 스며드는 햇볕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최근의 시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이 시는 어떻게 읽힐까. ‘임’이라는 단어를 읽자마자 구식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가오리다’는 말투에서 고전이라는 단어를 떠올릴지도 모른다. 맞다. 이 시는 조금이 아니라 아주 예전 작품이다. 우선 탄생부터가 1931년이어서, 몇 년 후면 10..

사랑을 할 줄 아는 이와 사랑하세요 김남조 만남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과 사랑하세요 . 그래야 행여나 당신에게 이별이 찾아와도 당신 과의 만남을 잊지 않고 기억해 줄테니까요 . 사랑을 할 줄 아는 사람과 사랑을 하세요 . 그래야 행여나 익숙치 못한 사랑으로 당신을 떠나 보내는 일은 없을 테니까요 . 무언가를 잃어본 적이 있는 사람과 사랑을 하세요 . 그래야 행여나 무언가를 잃어버릴 때가 오더라도 잃어버린다는 아픔을 알고 더 이상 잃어 버리고 싶어 하지 않을 테니까요 . 기다림을 아는 이와 사랑을 하세요 . 그래야 행여나 당신이 방황을 할 때 그저 이유없이 당신을 기다려 줄 테니까요 . 슬픔을 아는 이와 사랑을 하세요 . 그래야 행여나 그대 나의 거짓된 모습을 보더라도 그대의 진실로 나를 감싸 줄 테니까요 ..

‘가난한 여인(빈녀·貧女)’ 진도옥(秦韜玉 당 말엽) 蓬門未識綺羅香(봉문미식기나향) 擬托良媒益自傷(의탁량매익자상) 誰愛風流高格調(수애풍류고격조) 共憐時世儉梳妝(공린시세검유장) 敢將十指誇針巧(감장십지과침교) 不把雙眉鬪畫長(불파쌍미투화장) 苦恨年年壓金線(고한년년압금선) 為他人作嫁衣裳(위야인작가의상) 가난한 집안이라 비단옷은 알지도 못하고, 좋은 중매인에게 부탁하고 싶어도 마음만 더 상하네. 격조 있고 품위가 있다 한들 누가 알아주리오. 다들 요새 유행하는 특이한 차림이나 좋아하는걸. 열 손가락 바느질 솜씨는 대놓고 자랑할지언정, 두 눈썹 예쁘게 그려 남과 겨루진 않지. 한스럽구나. 해마다 금빛 자수를 놓아, 남의 집 신부 옷이나 지어주고 있으니. 가난 때문에 세인으로부터 외면당하는 처녀. 빼어난 바느질 솜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