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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곰의하루

어머니의 한(恨)맺친 노래.... 여한가(餘恨歌) 본문

좋은글

어머니의 한(恨)맺친 노래.... 여한가(餘恨歌)

설악산곰 2024. 7. 2. 01:52

어머니의 여한가(餘恨歌).... 어머니의 한(恨)맺친 노래,  옛 어머니들의 시집살이 자식 거두기 질박한 삶을 노래한 글입니다! 한국 여인들의 결혼 후 시집살이에서 생기는 한(恨)을 이야기한 순박한 글입니다.

열여덟살꽃다울제 숙명처럼혼인하여 두세살씩터울두고 일곱남매기르느라 철지나고해가는줄 모르는채살았구나 봄여름에누에치고 목화따서길쌈하고 콩을갈아두부쑤고 메주띄워장담그고 땡감따서곶감치고 배추절여김장하고 호박고지무말랭이 넉넉하게말려두고 어포육포유밀등과 과일주에조청까지 정갈하게갈무리해 다락높이간직하네 찹쌀쪄서술담그어노릇하게익어지면 용수박아제일먼저 제주부터봉해두고 시아버님반주꺼리 맑은술로떠낸다음 청수붓고휘휘저어 막걸리로걸러내서 들일하는일꾼네들 새참으로내보내고 나머지는시루걸고 소주내려묻어두네

피난나온권속들이 스무명은족하온데 더부살이종년처럼 부엌살림도맡아서 보리쌀로절구질해 연기불로삶아건져 밥도짓고국도끓여 두 번세번차려내고 늦은저녁설거지를 더듬더듬끝마치면 몸뚱이는젖은풀솜 천근만근무거웠네 동지섣달긴긴밤에 물레돌려실을뽑아 날줄들을갈라늘여 베틀위에걸어놓고 눈물한숨졸음섞어 씨줄들을다져넣어 한치두치늘어나서 무명한필말아지면 백설같이희어지게 잿물내려삶아내서 햇볕으로바래기를 열두번은족히되리

하품한번마음놓고 토해보지못한신세 졸고있는등잔불에 바늘귀를겨우꿰어 무거운눈올려뜨고 한뜸두뜸꿰매다가 매정스런바늘끝이 손톱밑을파고들면 졸음일랑혼비백산 간데없이사라지고 손끝에선검붉은피 몽글몽글솟아난다 내자식들헤진옷은 대강해도좋으련만 점잖으신시아버님 의복수발어찌할꼬 탐탁잖은솜씨라서 걱정부터앞서는데 공들여서마름질해 정성스레꿰맸어도 안목높고까다로운 시어머니눈에안차 맵고매운시집살이 쓴맛까지더했다네

침침해진눈을들어 방내부을둘러보면 아랫목서윗목까지 자식들이하나가득 차내버린이불깃을 다독다독여며주고 막내녀석세워안아 놋쇠요강들이대고 어르리고달래면서 어렵사리쉬시키면 일할엄두사라지고 한숨만이절로난다 학식높고점잖으신 시아버님사랑방에 사시사철끊임없는 접빈객도힘겨운데 사대봉사제사들은 여나무번족히되고 정월한식단오추석 차례상도만만찮네 식구들은많다해도 거들사람하나없고 여자라곤상전같은 시어머니뿐이로다

고추당추맵다해도 시집살이더매워라 큰아들이장가들면 이고생을면할건가 무정스런세월가면 이신세가나아질까 이내몸이죽어져야 이고생이끝나려나 그러고도남는고생 저승까지가려는가 어찌하여인생길이 이다지도고단한가 토끼같던자식들은 귀여워할새도없이 어느틈에자랐는지 짝을채워살림나고 산비둘기한쌍같이 영감하고둘만남아 가려운데긁어주며 오순도순사는 것이 지지리도복이없는 내마지막소원인데 마음고생팔자라서 그마저도쉽지않네

안채별채육간대청 휑ㅡ하니넓은집에 가문날에콩나듯이 찾아오는손주녀석 어렸을적애비모습 그린듯이닮았는데 식성만은입이짧은 제어미를택했는지 곶감대추유과정과 수정과도마다하고 정주어볼틈도없이 손님처럼돌아가네 명절이나큰일때는 객지사는자식들이 어린것들앞세우고 하나둘씩모여들면 절간같던집안에서 웃음꽃이살아나고 하루이틀묵었다가 제집으로돌아갈땐 푸성귀에마른나물 간장된장양념까지 있는대로퍼주어도 더못주어한이로다

손톱발톱길새없이 자식들을거둔 것이 허리굽고늙어지면 효도보려한거드냐 속절없는내한평생 영화보려한거드냐 꿈에라도그런 것은 상상조차아니했고 고목나무껍질같은 두손모아비는 것이 내신세는접어두고 자식걱정때문일세 회갑진갑다지나고 고희마저눈앞이라 북망산에묻힐채비 늦기전에해두려고 때깔좋은안동포를 넉넉하게끊어다가 윤달든해손없는날 대청위에펼쳐놓고 도포원삼과두장매 상두꾼들행전까지 두늙은이수의일습 내손으로다지었네

무정한게세월이라 어느틈에칠순팔순 눈어둡고귀어두워 거동조차불편하네 홍안이던큰자식은 중늙은이되어가고 까탈스런울영감은 자식조차꺼리는데 내가먼저죽고나면 그수발을누가들꼬 제발덕분비는 것은 내가오래사는거라 내살같은자식들아 나죽거든울지마라 인생이란허무한 것 이렇게도늙는 것을 낙이라곤모르고서 한평생을살았구나 원도한도난모른다 이세상에미련없다 서산마루해지듯이 새벽별빛바래듯이 잦아들듯스러지듯 흔적없이지고싶다

‘어머니의 여한가’ 짠한 감동을 준다. 몇 번이나 읽고 또 읽었다. 나의 어머니가 열여덟 살 꽃다울제 혼인을 하셨다. 누가 지었을까? 작자는 청은 구자옥(1887~1950)이라는 설이 있다. 생각보다 그다지 오래전 분이 아니다. 그만큼 우리 시대상이 급변했다. 읽고나니 가슴이 찡해오고 엄마에게 다시금 죄송한 마음만 자꾸 일어나네요. 작자가 누구신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실제로 이런 인생을 경험하신 누군가의 어머니가 아닐까 싶어서 감탄과 존경이 저절로 우러납니다.

이번 명절엔 살아계시는 부모님에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랑으로 효도하세요. 하고싶어도 효도를 못하는 사람이 가장 후회하면서 권해 드립니다. 가슴 찡하며 그저 감탄사만 나옵니다. 감동 그 자체입니다. 그리고 자녀분들 지금 부모님께 전화 한 통 하시고 고기 한 근 사들고 집에 가서 어머니 얼굴 한번 보고 오세요. (방초님의 블로그 글 옮김) 존경하는 방초님 엊그제 생신이셨다는데 설악산 곰 진심의 축하 드리며 끝까지 주옥같은 글들 많이 남겨 주시옵소서! 할머니 손에서 자라난 설악산곰 불쌍하고 그리운 할머니 생각으로 멍하니 허공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