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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곰의하루
인생의 종착역엔 1등실, 2등실이 따로 없다. 60대는 직업의 평준화, 70대는 건강의 평준화, 80대는 생명의 평준화라 하지 안 했는가? 잘 나고 못나고는 다 거기서 거기인 것을 삶의 끝이요 생의 종착이다. 품 안에서 벗어나고, 조직에서 벗어나고 모든 구속에서 벗어나고, 미움도 짐도 벗어 버리고 원망의 괴로움은 끊어 버려 배낭을 가볍게 하여 불필요하고 과도한 탐욕이나 욕심을 버리자.자유선언의 포즈, 마음을 비운 해탈의 포즈, 평심서기(平心舒氣)의 포즈로 한번 남은 마지막 고개를 넘어가자. 인생의배낭 속에 즐길 것, 낙(樂) 하나는 꼭 들어 있어야겠다. 낙이 없는 인생은 사는 게 아니라 생물학적인 연명뿐이다. 등산의 쾌감을 흔히들 "마운틴 오르가즘“ 이라고 한다. 등산이든 무슨 취미든 최고의 낙을 ..
퇴임후에도 존경받는 가장 가난한 대통령. 우루과이의 호세 무히카 대통령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알려져있습니다. 그의 전 재산은 오래된 자동차 한 대였습니다. 그는 다섯 살 때 가난에 시달리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지역의 제과점에서 물건을 배달하며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청년 시절엔 과도한 관료주의와 잘못된 정치에 대해 저항하는 삶을 삽니다. 총을 여섯 차례 맞았고 무려 13년이란 세월을 감옥에서 살아야 했습니다. 이후 2009년 정당한 대통령 선거를 통해 정권을 잡게 되었고 국민들의 많은 성원을 받아 퇴임할 때가 더 높은 지지율을 받았습니다.이런 일화도 있습니다. 한번은 헤랄드 아스코타라는 사람이 직장에 출근하지 못하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 지갑까지 잃어버려 택..
어느 조찬(朝餐)모임에서 연세가 많은 분이 퀴즈를 냈습니다. "우리 나이가 어떤 나이냐?"는 겁니다. 느닷없는 질문이어서, 그냥 무슨 말이 이어질지 기다리고 있었더니 "미움받을 나이"라 했습니다. 생각해 보니 의미가 큰 화두입니다. 저는 배우자, 자식, 이웃, 친구에게 미움받지 않고 살려고 애써야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서양 사람들이 생각하는 노년의 자세"란 글을 친구로부터 전해 받았습니다. 우리 세대에게도 실용적인 지침이 되지만 다음 세대도 이런 생각과 노력을 하고 있다는 걸 이해시키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부디 다음의 글을 차근차근 읽으시면서, 생각하는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①노년(老年)은 그동안 모은 돈을 즐겨 쓰는 시기입니다. 돈을 축적하거나 신규 투자(投資)하는 시기가 절대로 아..
나는 오후에 두어 시간쯤 햇볕을 쪼이면서 늘그막의 세월을 보낸다.해는 내 노년의 상대다. 젊었을 때 나는 몸에 햇볕이 닿아도 이것이 무슨 일인지 알지 못했고, 나와 해 사이의 공간을 들여다보지 못했다.지나간 시간의 햇볕은 돌이킬 수 없고 내일의 햇볕은 당길 수 없으니 지금의 햇볕을 쪼일 수밖에 없는데, 햇볕에는 지나감도 없고 다가옴도 없어서 햇볕은 늘 지금 내가 있는 자리에 온다. 햇볕은 신생하는 현재의 빛이고 지금 이 자리의 볕이다.혀가 빠지게 일했던 세월도 돌이켜보면 헛되어 보이는데, 햇볕을 쪼이면서 허송세월할 때 내 몸과 마음은 빛과 볕으로 가득 찬다. 나는 허송세월로 바쁘다. 나는 내가 사는 마을의 길 건너, 일산 호수공원 벤치에 앉아서 햇볕을 쪼인다. 햇볕을 쪼일 때, 나와 해는 직접 마주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