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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곰의하루
늙으니까 참 좋다? 자고싶으면 자고, 먹고싶으면 먹고, 웃고싶으면 웃고, 울고싶으면 울고, 주인되어 물처럼 살 수 있는 자유. 늙음이 아니면 어찌 누리리! 일하기 싫으면 놀고, 놀기 싫으면 일하고, 머물기 싫으면 떠나고, 떠나기 싫으면 머물고, 내가 나의 의지처 되어 바람처럼 살 수 있는 행복 늙음이 아니면 어찌 맛보리! 회한(悔恨)의 벼랑 끝에서서 돌려달라 돌려달라 악다구니 쓴다 해서 되돌아올 청춘 아니지만 사랑과 미움의 격랑(激浪)헤치며 인욕(忍辱)의 바다 허우적대던 그 맵고 짜고 쓰고 달던 날들이야 추억의 불쏘시개로 족한 것을, 내 인생 계절로 치면 가을의 중턱, 하루로 치면 해 기우는 오후 서너시쯤, 예서 무얼 더 바라겟는가? 예서 무얼 더 취하겟는가? 서라벌 밝은 달 아래 밤 늦도록 노닐던 처용..
단풍(丹楓)! 너를 보니..... 법정 스님 늙기가 얼마나 싫었으면 가슴을 태우다 태우다 이렇게도 붉게 멍이 들었는가? 한창 푸르를 때는 늘 시퍼를 줄 알았는데 가을바람 소슬하니 하는 수 없이 너도 옷을 갈아 입는구나. 붉은 옷 속 가슴에는 아직 푸른 마음이 미련으로 머물고 있겠지? 나도 너처럼 늘 청춘일줄 알았는데 나도 몰래 나를 데려간 세월이 야속하다 여겨지네. 세월따라 가다보니 육신은 사위어 갔어도 아직도 내 가슴은 이팔청춘 붉은 단심인데 몸과 마음이 따로노니 주책이라 할지도 몰라. 그래도 너나 나나 잘 익은 지금이 제일 멋지지 아니한가? 이왕 울긋불긋 색동옷을 갈아 입었으니 온 산을 무대삼아 실컷 춤이라도 추려무나. 신나게 추다보면 흰 바위 푸른 솔도 손뼉 치며 끼어 들겠지. 기왕에 벌린 춤 미련..
103세 철학자’ 연세대 김형석(철학과) 명예교수는 가슴에 품고 사는 ‘설교 한 편’이 있다. 신학자나 목사의 설교가 아니다. 독립운동가 도산 안창호의 마지막 설교다. 당시 김 교수는 열일곱 살이었다. 신사참배 문제로 고민이 많을 때였다. 인터뷰에서 김 교수는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평양 근처의 송산리 교회에서 도산 선생의 설교를 들었다. 그는 ‘서로 사랑하라’고 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건 하나님께서 우리 민족을 사랑해주시는 것과 같다고 했다. 그전까지 나는 그런 설교를 들은 적이 없었다. 목사님들은 주로 교회 이야기를 했으니까. 저 어른은 애국심이 있어서 기독교를 저렇게 크게 받아들였구나 싶었다. 신학자다, 장로다, 목사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더라. 신앙에도 그릇의 크기가 있더라.” 도산의 ..
친구 한사람 또 잃고 나니, 남아있는 당신들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소! 어제는 지나갔으니 그만이고 내일은 올지? 않올지 모르는일, 부디 내일을 위해 오늘을 참고 아끼는 어리석은 짓이란 이제 하지 말기바라오. 오늘도 금방 지나간다오. 돈도 마찬가지, 은행에 저금한 돈, 심지어는 내 지갑에 있는 돈도 쓰지 않으면 내 돈이 아니란 말이오. 그저 휴지 조각에 지나지 않는것이라오. 뭘 걱정해? 지갑이란 비워야한다, 비워야 또 새돈이 들어오지. 차있는 그릇에 무얼 더 담을수 있겟소? 그릇이란 비워있을 때 쓸모있는 것과 마찬가지요. 뭘 또 참아야 하리까? 이젠 더 아낄 시간이 없다오. 먹고 싶은거 있거들랑 가격표 보지 말고 걸(乞)들인 듯이 사먹고, 가고 싶은데 있거들랑 원근 따지지말고 바람 난것처럼가고, 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