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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곰의하루
나는 새벽에 글을 쓴다. 저녁 식사는 다섯 시 반, 잠자리에 드는 건 아홉 시, 한숨 푹 자고 나면 새벽 세 시 반이나 네 시쯤이 된다. 양치, 이브자리 정리, 일기 쓰기를 끝내고 더운물 두 잔 들고 서재에 들어간다. 성호 긋기로 기도한 다음 컴프터 자판을 펼친다. 전에 쓰다 둔 글을 꼼꼼히 살핀 다음 잇대어 쓰기 시작한다. 서너 문단 진도를 낼 때도 있지만 한 문단에 갇혀 이리 멍, 저리멍, 시간만 축낼 때도 있다. 아침 식사 후에는 배낭 메고 한 시간 걷기에 나선다. 눈비가 내려도 변함없이 걷기, 목적은 당연히 건강이다. 근래에는 그 목적이 '도랑 치고 가재 잡는다.' 격으로 덤이 하나 따라붙는다. 이름하여 '야외 수강' 이다. 울창한 숲속을 걷노라면 온몸에 청량감이 돌고 머릿속은 청명한 가을 하늘처..
세계 3대 도시 빈민이 모여 사는 필리핀의 톤도지역에서 한 아이가 내게 물었다. "작가님은 햄버거 먹어 봤어요?" "응,그럼." "햄버거는 어떤맛인가요?" "궁금하니?" "정말 궁금해요. 사람이 잠들기 전에 자꾸 상상하면 상상했던 것이 나타난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생각날 때마다 잠들기 전에 햄버거를 상상해보곤 하는데 꿈에 나타나질 않아요. 사실 본 적도 없고 먹어 본적도 없으니 상상할 수도 없어요."나는 다음날 아침일찍 시내로 나가 아이가 넉넉하게 먹을수 있도록 햄버거 3개를 사서 등교한 아이의 가방에 몰래 넣어두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아이는 햄버거를 먹지 않았다. 공책과 필기도구를 꺼내기 위해 분명 가방 안을 들여다 봤을테고, 햄버거의 존재를 알아차렸을텐데... 아니 냄새만 맡아도 눈치를 챘을텐데! 아..
민주당의 사당화(私黨化)를 완성한 이재명 대표의 아킬레스건은 다 아는 대로 사법 리스크다. 사건 7개, 혐의 11개로 재판 4개를 받는 이 대표로선 대선 때까지 이어질 법정 이슈를 무사히 버텨낼 수 있느냐에 정치생명이 달려있다. 이 대표는 무혐의를 주장하며 문제없다고 한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85% 몰표를 던져주며 다시 대표로 뽑아준 것도 그 말을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대표는 모든 혐의가 “검찰의 창작”이자 “조작”이라고 주장한다. 윤석열 정권이 정적을 죽이려 없는 사실을 만들어냈다며 “미친 칼질을 용서하지 않겠다”고 한다. 그런데 그의 입장엔 치명적 모순이 있다. 죄가 없다면서도 정작 법원 판결이 나오는 것을 두려워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이 대표가 결백을 자신한다면 재판 전략은 정해져 ..
내 인생에 어김없이 노을이 찾아든다면...그 마지막 노을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해저문 노을을 미소로 품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타들어 가는 석양의 꼬리를 잡고 마지막 인생을 넉넉하고 아름답게 회상할 수 있는 여유로운 삶의 이별의 노래를 부르고도 싶습니다. 마지막 가는 길 마저도 향기롭게 맞이할 수 있는 사람으로 진정 환한 미소로 두 눈을 감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마지막 순간까지 회한의 눈물이 아닌...질펀하고도 끈끈한 삶의 눈시울을 붉힐 수 있는진정...그런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온갖 돌뿌리에 채이고 옷깃을 적시는 삶의 빠듯한 여정일지라도 저문 노을빛 바다로 미소띤 행복을 보낼 수 있다면...그 어떤 삶의 고행도 기쁨으로 맞이하고 싶습니다. 진정... 노을..